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3-02-27 1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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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설노조가 다시 파업을 결의하면서 건설사들이 주요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주택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날 전후로 만기되는 전·월세 계약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 어려움에 더해 지체보상금까지 지급해야 할 수 있어 파업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건설노조가 다시 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입주가 늦어져 입주예정자와 건설사들에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건설노종자 기본권보장! 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도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하고 민주노총 소속 장비 차주들에게 집회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건설노조 폭력행위를 ‘건폭’이라고 지칭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노조를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해 정부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특히 레미콘을 중심으로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계획보다 공정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24일부터 12월9일까지 파업에 돌입했을 때도 건설현장 공정률이 떨어졌다. 이번 파업으로 건설사뿐 아니라 입주예정자들까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올해 11월 입주가 예정됐지만 최근 공정률은 64%로 계획된 공정률 70% 이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 입주 시기를 맞추는 게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기간 연장을 위해 조합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건설은 지난 8일 울산에서 4월 예정됐던 신축아파트 입주가 3개월 정도 지연된다고 입주예정자들에게 이미 통보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입주날에 맞춰 전·월세 계약 만기를 맞춰놨는데 입주가 미뤄지면 집주인과 협상을 해야 하거나 집을 따로 구해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도금 대출이자 관련 금전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건설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불만의 소리를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시멘트 회사들이 시설보수에 들어가며 시멘트 출하량이 급감해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건설노조 파업 부담까지 얹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사들은 동절기 비수기에 맞춰 소성로 등 설비를 확충하는데 올해는 자원순환처리시설 투자를 같이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둬 보수일정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재고도 평년과 비교해 40% 수준인 상황에서 3월 건설현장 성수기 때 시멘트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여파에 떨어진 공정률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입주연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체보상금 등 보상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3-1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 시기를 올해 2월에서 6월로 연기하면서 예비입주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 예비입주자들에게 2024년 2월 예정이었던 입주를 3개월 미룬 5월로 연기하면서 지체보상금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공사비는 준공허가가 난 뒤 입주를 해야 잔금을 받을 수 있다. 입주가 미뤄지면 잔금 납부가 유예돼 돈이 들어오는 시기가 미뤄지게 된다.
특히 주택사업부문 비중이 높고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 위주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건설노조 파업으로 아파트 입주가 늦어지면 건설사에 지체보상금 책임을 면제해주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면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 했다.
현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택사업자가 입주자 모집 때 제시한 입주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분양대금에 시중은행의 연체금리를 적용한 지체보상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하거나 잔금에서 공제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천재지변, 경제사정 변동, 파업 등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이유로 주택공급이 지연될 때는 지체보상금 지급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손해가 발생하면 책임소재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건설사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를 하고 있다.
권수영 DL이앤씨 부사장은 19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만나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공기 지연 등 금정적 손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노조가 고의적으로 안전관리법상 경미한 현장 위법사항을 협박도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근거를 제출하면 처벌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노정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고 국민의힘 반대에도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노랑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60일을 기다렸다가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지만 본회의에서 설령 통과된다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는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고 정부가 경기 영향 등을 고려해 발 빠르게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 실제 파업의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노동자와 가장 가까이 함께 일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노정대립에 중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고 차질없이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