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그룹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좋은 소식을 들었다.
6년 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냈던 3천여억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금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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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케미칼은 2008년 한화그룹·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로서 매각작업을 주관했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경쟁자를 제치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은 6조3천억 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해 5%에 해당하는 3150억 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맺은 양해각서 내용에 따라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노조의 방해로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이번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며 “양해각서에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을 두게 된 목적이 최종계약 체결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3150억 원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1심과 2심은 이행보증금을 몰취한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한화는 확인실사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며 “산업은행이 이행보증금을 몰취한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및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확인실사 여부에 관계없이 계약을 맺도록 한 조항은 산업은행의 요구에 따라 변경된 것으로 한화가 이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석했다.
한화그룹은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대법원의 뜻을 존중해 파기 환송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게 되면 그룹의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인수 컨소시엄을 대표한 한화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 인수로 재무부담을 짊어진데다 태양광사업이 기대만큼 성장 속도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올해 초 회사채 발행에서 1000억 원대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등 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다.
한화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와 한화건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건설은 해외 공사현장 준공 지연에 비스마야 대금 미수령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화는 4월 2천억 원 규모의 한화생명 지분을 한화건설에 넘겨주기도 했다.
한화는 한화테크윈 인수대금을 내년까지 완납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 역시 최근 발행한 1천억 원 회사채 수요예측이 미달됐다. 한화는 주주가치 희석을 무릅쓰고 4천억 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한화케미칼 주가는 전일보다 3.52%, 한화 주가는 3.63% 올랐다. 이행보증금 반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