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결국 못 버텼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여권의 전방위적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사장은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여권의 전방위적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에서 사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
KT 이사회는 구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구 사장은 KT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오래 이어지게 되면 회사 경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단을 내렸다고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KT 차기 대표이사 선출을 놓고 여권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자 구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30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 투자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이른바 ‘스튜어드십’이라는 게 작동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KT를 비롯한 소유분산 기업들의 문제를 놓고 적극적으로 국민연금 등이 경영감시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2월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KT, 포스코, 거대 금융회사 등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면서 토착화해 호족기업으로 변질시켜선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구 사장은 2020년 3월 취임한 뒤 3년 동안 KT를 이끌어 왔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연임의사를 표명한 뒤 이사회에서 연임 적격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KT 대표이사 선발을 놓고 내부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지적했고 KT이사회는 이를 수용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의 경선을 다시 진행해 구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뽑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또 다시 비공개로 절차가 진행된 점을 비판해 결국 공개 경쟁을 앞뒀으나 구 사장은 후보군에서 스스로 내려 왔다.
KT 이사회는 2월20일까지 사외후보 18명의 지원을 받았고 사내후보 15명을 포함해 총 33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3월7일 경 새 최종후보를 발표해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 선임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