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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계모의 재산은 상속받을 수 없다, 분쟁의 씨앗 없애려면

고윤기 info@kohwoo.com 2023-02-22 1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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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계모의 재산은 상속받을 수 없다, 분쟁의 씨앗 없애려면
▲ 이혼이 많아진 만큼, 재혼도 많아졌다. 당연히 계모와 전처가 낳은 자식 사이에 상속 분쟁도 많아졌다. <픽스니오>  
[비즈니스포스트]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새어머니에게 현금을 많이 증여했습니다. 새어머니가 이 돈만큼은 상속을 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진행하는 사건에서 의뢰인이 요청한 내용이다. 이혼이 많아진 만큼, 재혼도 많아졌다. 당연히 계모(繼母)와 전처가 낳은 자식 사이에 상속 분쟁도 많아졌다.

자녀들은 아버지로부터 계모가 상속받았거나 앞으로 상속받을 재산을 ‘내 아버지의 재산을 계모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아버지의 재산이 계모의 재산보다 많을 때 그렇다.

그 결과 계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은 당연히 자신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모라는 단계를 거쳤을 뿐, 아버지가 자식에게 주어야 하는 상속재산이라는 논리이다.

과거에는 계모가 사망했을 때 계모의 재산을 전처의 자식들이 상속받을 수 있었다. 계모와 자녀들은 원래 법정혈족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에 민법이 개정되면서, 계모자 관계는 상속이 일어나지 않는 단순한 인척 관계로 바뀌었다. 계모가 사망해도, 자녀들은 이제 계모의 재산을 ‘당연히’ 상속받지 못한다.

상속 분쟁의 씨앗이 여기에 있다. 계모의 재산을 전처의 자식이 상속받으려면,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일단, 계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없고 전처소생의 아이들과 관계가 좋은 경우라면, 전처의 자식이 계모에게 정식으로 입양이 되어 모자 관계를 맺으면 된다. 법적으로 상속권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계모가 유언이나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 절차를 통해서, 전처의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도 있다. 계모의 입장에서는 유언이나 유증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처의 자식들로부터 효도를 받는 수단도 될 수 있다.

그런데 계모가 낳은 아이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 아이는 내 아버지와 결혼해서 낳은 배다른 형제일 수도 있고, 계모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낳은 자식인 경우도 있다.

이때는 계모가 사망하면 계모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은 모두 계모의 자식에게 상속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계모가 자신의 친자식을 제치고 전처소생의 아이를 위해 상속재산을 넘겨 주지 않는다. 이럴 때 전처가 낳은 자식들은 애가 탄다.

그래서 전처의 자식들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계모에게 아버지의 재산이 최대한 덜 가게 하려고 한다. 일단 계모에게 넘어간 재산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칼럼 맨 앞에서 설명한 사례는 계모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받았던 현금증여를 특별수익으로 공제해 달라고 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이다. 즉 계모가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미리 상속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 돈 만큼 계모에게 상속재산을 덜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소송이다.

가족끼리 이러는 게 치졸해 보이는가? 상속재산과 관련한 소송은 일단 시작되면,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된다. 소송이 끝날 때쯤에는 서로 다시는 못 볼 관계가 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누가 정리해야 할까? 답은 나와 있다. 바로 아버지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상 아버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본인이 죽고 나면 부인과 자녀들 간의 분쟁이 있을 것이 눈에 보이지만, 이를 애써 외면한다. 지금 가족들의 관계가 좋으니, 자신의 사후에도 그럴 것이라며 막연히 회피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에 안주한다. 지금의 상황이 바뀌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젊었을 때의 그것보다 확연히 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재산이 있고 힘이 있을 때는 상관없다. 자식이든 부인이든 큰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육체도 정신도 계속 노화되고, 욕망은 약해진 틈을 파고 들어온다.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더 약해지기 전에 해야 한다. 당장은 가족들과 갈등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죽어서 원망받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면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최대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상속을 위한 재산 정리를 할 때에는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자녀에게 지나치게 재산을 몰아주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그 자녀는 다른 자녀로부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유류분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서,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 모든 상속재산을 주려고 해도, 나머지 자녀들이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유류분 침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상속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이나 등기·등록이 가능한 재산을 분배할 때는 유증의 형식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 유언의 경우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에 법원의 검인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는 번거로울 뿐 아니라 다른 상속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 소송절차를 새로 진행해야 한다. 반면에 공정증서를 작성한 경우, 바로 등기·등록자의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

셋째, 부동산을 지분으로 물려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물려받은 처분하고 싶어하는 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새로운 상속 분쟁이 시작될 수 있다.

넷째, 부득이하게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유언장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유언을 녹화할 때엔 증인 2명이 같이 녹화되지 않거나 자격이 없는 증인이 녹화된 경우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이런 모든 행위를 할 때는 ‘행위자 본인이 정신적으로 멀쩡하다, 자신의 의지로 했다’는 증거자료를 남겨 놓아야 한다. 의사의 진단, 녹화, 증인 등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래야 “피상속인이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 유언, 재산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막을 수 있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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