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터테인먼트업계는 과거에는 중국을, 최근에는 미국 음악시장을 겨냥한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 그러나 JYP엔터테인먼트는 유독 일본 음악시장에 더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에도 현지화 IP를 다수 개발해 일본시장에서 입지를 본격적으로 다질 태세를 갖췄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일본의 소니뮤직과 함께 협업한 니지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자 2021년부터 남성아이돌을 만드는 데 착수했으며 2023년 3월 니쥬의 남성아이돌 버전인 니쥬보이가 데뷔를 앞두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여성아이돌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만으로 구성된 유닛 미사모도 2023년 7월 일본 활동을 본격화한다.
왜 일본일까? 일본 음악시장은 저작권과 상표권에 대한 보호가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곳이며 시장의 크기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35%)를 차지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데 아이돌업계만을 보면 몇몇 거대 기획사가 독점해 갈라파고스라고 불릴 정도로 기형적으로 성장했는데 그래서 일본 안에서 대세로 통하는 아티스트라도 일본 밖에서는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의 아티스트들도 글로벌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 방법론으로서 K팝 제작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중견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한국 스태프를 초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 직접 지사를 설립해 그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라는 전략을 수립하고 철저하게 현지인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아티스트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아티스트 제작시스템을 글로벌시장에 심고 있는데 그 성과가 일본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일본시장은 자체적으로도 매력적인 곳이지만 JYP엔터테인먼트가 K팝 인재를 수급하는 제2 거점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여성아이돌 트와이스에는 3명의 일본인 멤버가 활동 중인데 이들은 원래 현지화 프로젝트를 위해 육성된 아티스트들이었으나 트와이스 데뷔조에 합류하면서 핵심 멤버가 됐고 이후 그룹 흥행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물론 트와이스가 일본시장을 공략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사실 그동안 일본에서 K팝의 지위는 어디까지나 외국음악으로서 일본대중의 선택을 받았다고는 말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는데 일본인 멤버를 발탁함으로서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인재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2017년 한한령 이후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좌절되고 중국인 멤버들의 이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문제는 더 심해지고 있는데 한국이라는 작은 인재풀에서 최고의 인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업자들보다 자본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피 튀기는 전쟁에 동참하기보다는 인종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옆 나라 일본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했을 수 있다.
마침 일본 현지의 인재들도 K팝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가 되려는 의지가 강한데 과거 이들을 위한 데뷔창구라고 해봐야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파견한 글로벌 스카우터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세계 K팝 댄스학원 등이 등용문이 돼주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연계한 글로벌 오디션도 수시로 열리면서 기회를 잡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미 트와이스라는 굵직한 사례를 남긴 JYP엔터테인먼트의 인지도가 높은데 여기에는 일본에서 K팝 스승을 자처하고 있는
박진영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의 공도 있다.
박진영 CCO는 2020년 방영된 니지프로젝트에서 했던 응원과 격려의 말들이 일본 내 아이돌 지망생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두로 감동을 주면서 본인 스스로가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현지에서 모찌고리란 별명으로 인기몰이를 했는데 인기가 높았던 2020년에는 직장인 대상으로 조사한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 톱5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서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JYP엔터테인먼트의 다음 스텝은 아마도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소니뮤직과 손잡았다면 미국에서는 리퍼블릭레코드와 손을 잡았으며 이미 오디션을 통과한 예비멤버들이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거
박진영 CCO는 성급하게 글로벌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은 적이 있지만 이를 교훈삼아 차근차근 새로운 성공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라는
박진영 CCO의 비전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