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제고와 비은행 강화 등 우리금융에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우리금융 내부 불만을 달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면서 내부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3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 4인에 관한 최종 추가 면접을 진행한 결과 임 전 위원장이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임 전 위원장을 회장 단독 후보로 뽑은 배경을 두고 금융당국의 이어진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금융위 징계가 확정된 2022년 11월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며 압박했다.
이 금감원장은 2022년 11월14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등을 두고 “다음 회장 선임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감독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회장이 선임된다면 감독권으로 외압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연일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두고 “손 회장의 라임펀드에 관한 책임이 명확하다”며 “(손 회장과 우리금융지주의 라임펀드 징계취소) 소송 논의는 부적절하고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11월 내내 라임펀드 사태를 두고 우리금융지주를 압박했지만 막상 대법원은 12월 라임펀드 사태와 비슷한 내부통제 실패 문제로 내려진 금감원의 손 회장 문책경고 징계취소를 결정했다.
손 회장이 징계취소를 받았고 라임펀드 사태에 관해서도 승소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왔지만 우리금융지주는 더 이상의 논란에 얽히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금융지주가 회장 단독 후보로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임 전 위원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학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미국 오리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국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으로 일했고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 뒤 2015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임 전 위원장은 향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증권사와 보험사 등 우리금융지주의 외형을 갖추기 위한 인수합병(M&A), 디지털 강화, 내부 계열사 시너지 제고 등 우리금융지주에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 더 시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 전 위원장이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영향력을 보이는 것을 부정적을 바라보는 말) 출신에 정부 입김이 닿은 후보라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앞서 1월25일 임 전 위원장을 두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하며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친분 인사를 임명해 구설에 오른 사람이다”며 “과거 정부의 모피아 출신으로 라임펀드 등 대규모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시작한 주범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 등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을 이끌 내부출신 인사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금융당국이 펀드 사태를 이용한 관치인사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우리금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함께 내부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