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2-03 14: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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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친윤계(친윤석열)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당 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친윤계 후보인 김기현 의원을 앞서는 흐름이 나타나자 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친윤계의 공세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친윤계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2월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을 방문해 청년들과의 식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친윤계의 압박은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라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이번 친윤계의 공세가 안 의원에게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 의원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지 못한 분들은 드러난 모습만으로 (안 의원이) 대통령과 잘 소통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다”며 “대선 이후에 (안 의원이) 윤석열정부가 성공하도록 힘이 돼주는 모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국정운영에 힘을 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과 함께 관저 만찬에 가장 먼저 초청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데 최근 안 의원을 향한 공세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2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당선된 이후에 안 의원이랑 한 번도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차를 마신 적도 없다”며 “인수위 시절 (내각인선 갈등으로) 안 의원이 24시간 잠적했을 때 윤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아주 높은 장관 또는 총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의원이) 그것도 거절해 대통령께서 아주 서운해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재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 의원 측 선대본부장인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국민통합위원직을 맡은 분이 특정 후보를 도와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대통령과 당을 이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영우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었다.
대통령실도 친윤계의 움직임에 즉각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김정재 의원의 사퇴 요구가 나온 당일 김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안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이었다며 안 의원은 ‘윤심’ 후보로 볼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친윤계의 ‘안철수 때리기’는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에도 친윤계 의원들이 먼저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 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계가 안 의원을 향한 공세에 나선 것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이 안 의원에게 역전당한 결과가 나오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윤계가 안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핵심은 ‘윤심’이 안 의원에게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친윤’ 성향의 당원들에게 안 의원을 지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안 의원과 ‘친윤’ 당원들 사이의 접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대선 때 후보단일화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점을 강조하며 ‘친윤’ 성향의 당원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차기 당 대표로 안 의원을 지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서치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369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안 의원 36%, 김기현 의원 31%로 나타났다. 특히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층에서도 안 의원 지지도가 36%로 김 의원(34%)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친윤계의 공세가 안 의원 지지율 하락과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친윤계의 당권주자 ‘찍어내기’로 비춰지면서 반발 심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핵관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서 낙인찍듯 안철수 의원을 낙인찍으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며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윤핵관들의 행태에 관해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 측은 친윤계의 공세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면서도 ‘윤심’에 맞서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 당 대표 후보등록 기자회견에서 손가락에 ‘윤힘’ 이라는 단어를 적은 것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우 선대본부장은 대통령실의 국민통합위원 해촉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의원은 이날 ‘페어플레이 전당대회 호소’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갈등에 관해 “인수위원장 직을 열심히 수행했고 반나절 정도 제가 추천드렸던 분의 인사 문제로 잠깐 이견이 있었다”며 “중대한 일을 하는데 오래 걸리면 안 된다 싶어 그날 저녁 때 윤 대통령을 만나 함께 식사하면서 그 문제는 완벽히 해결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자신을 윤심이 아니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에 관해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한 말씀이 아니지 않나”며 “(전당대회가) ‘윤심 팔이’ 경쟁이 아니라 ‘윤심 보태기’ 경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