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 흥행으로 2분기에 깜짝실적을 냈지만 주요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큰 폭의 실적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의존을 낮추기 쉽지 않은데다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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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일 “삼성전기의 부품사업 수익성은 장기적 정체국면을 맞고 있다”며 “내년에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출시할 때까지 부진한 실적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2분기에 매출 1조6100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이 이전 분기보다 36%, 지난해 2분기보다 71%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과 기판 등 주요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와 중저가 스마트폰이 모두 흥행하며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2분기 스마트폰사업에서 4조 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내며 2년만에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달리 삼성전기는 실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조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실적부진에는 갤럭시S7에 탑재되는 카메라 부품공급가격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갤럭시노트7도 같은 카메라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에 탑재되는 카메라의 성능을 1200만 화소로 갤럭시S6의 1600만 화소보다 낮췄다. 대신 자체개발한 ‘듀얼픽셀’ 이미지센서를 적용해 화소수를 낮추면서도 체감화질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J 시리즈 등 보급형 스마트폰에서도 원가절감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부품공급사를 다변화하며 업체들에 단가인하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파트론의 경우 이전에는 전면카메라 모듈만 공급했지만 지난해부터 갤럭시J 시리즈에 후면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비중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파트론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38%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삼성전기는 그만큼 부품공급 비중이 줄어들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부품공급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비중을 낮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들이 고성능 스마트폰을 낮은 가격에 출시하며 더 높은 강도의 가격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타격을 만회할 만큼의 고객사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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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의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
이윤태 사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낮추고 전장부품 등 스마트폰부품 이외의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빠르게 키워내야 하는 두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부품업체들 사이의 가격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전장부품 개발과 고객사 확보에도 최소 수년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실적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조 연구원은 “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삼성전기의 주력제품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특별한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성장계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기 주가는 8일 전일보다 3.41% 하락한 4만6700원으로 장을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