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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농협 창립 제55주년 기념식 및 범농협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농협중앙회장 선거부정의 수사를 강화하며 김 회장을 조이고 있다. 정부는 농협법 개정을 통해 회장의 힘을 빼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이 농협중앙회에서 리더십을 세울 수 있을까?
◆ 농협중앙회의 지배력 강화, 농촌 중심 강조
8일 농협중앙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전체 조직의 효율화를 위해 컨설팅회사 AT커니에 종합진단을 의뢰했는데 최종보고서를 7월 말 받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조직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농협조직이 방대해졌다”며 “이중적 조직을 통폐합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 홍보조직은 이미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일 인재개발원을 신설해 범농협 전체의 교육업무를 맡겼다. 농협금융 아래 있던 농협은행·농협손해보험·농협생명보험 등의 교육조직도 농협중앙회 관할로 바뀌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지시에 따라 금융 계열사들의 홍보조직을 농협중앙회 건물의 한 공간으로 모았다. 농협금융 안팎에서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홍보조직을 통합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비효율적 조직규모를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농협중앙회가 전체 교육업무를 맡으며 금융지주와 개별 계열사의 홍보조직은 축소하는 대신 업무공간을 일단 같이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과 농협경제지주를 상대로 ‘농민을 위한 농협’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도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 1일 열린 농협중앙회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범농협 전체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농협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선거운동 때도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을 정도로 농민 대표단체로서 농협의 정체성을 강조했다”며 “검찰수사 등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전면에 다시 내세워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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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일인 지난 1월1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최덕규 후보와 함께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 기로에 선 김병원 리더십
김 회장이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 데는 검찰과 정부의 협공을 받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돼 당선 지원을 대가로 금품과 보직 제공 등을 약속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 김 회장이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12일 전에 불구속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기소돼 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판결을 확정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농협중앙회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 처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김 회장을 기소할 경우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2년 동안 김 회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김 회장으로서 조직개편을 통해 식물회장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농민을 위한 농협’을 강조하는 것도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짙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보유하는 권한을 개별사업의 전담대표에게 넘기는 등 농협중앙회장의 힘을 빼는 내용을 대폭 담았다.
농협의 지역조합장들의 모임인 전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등은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이 ‘농민을 위한 농협’에 힘을 실을수록 지역조합장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조직개편 등을 통해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반발을 해소하고 조직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