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르며 삼성그룹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이미 중동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5G, 배터리, 바이오 등 성장성이 더 큰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협력안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각별한 인연을 계기로 우리나라 경제사절단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하며 총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투자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UAE 지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UAE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2월 UAE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는데 그 직후 무함마드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답방했고 이 회장은 반도체 라인과 5G 장비를 직접 안내했다.
삼성그룹은 전방위적으로 UAE와 협력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UAE에서 바라카 원전 3·4호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UAE 초대형 천연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UAE 아부다비미래에너지공사(마스다르), 아부다비 영에너지회사(TAQA)와 각각 수소 및 신재생 사업, 송전 및 가스발전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사업에서 중동지역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12월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뒤 첫 해외출장지로 UAE를 선택한 것은 이런 이 회장의 생각을 나타내는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미래도시 ‘네옴시티’ 협력을 논의하는 등 중동 지도자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UAE 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은 현재 건설, 에너지분야에서 중동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반도체, 5G, 배터리 등 삼성이 강점을 갖춘 최첨단산업에서 추가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5G에서는 삼성전자가, 배터리에서는 삼성SDI가 중동에 기술을 지원해줄 수 있다.
▲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가 2022년 11월 1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총수 8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 |
UAE는 최근 첨단산업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부각되고 있다.
UAE는 2022년 4월 향후 10년 내 디지털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현재 9.7%에서 19.4% 이상 높인다는 ‘디지털경제 신전략’을 입안했다.
또 UAE 두바이는 2022년 7월 메타버스업계 육성을 통해 향후 5년 내 4만 개의 직업과 1467억 디르함(약 40억 달러) 규모의 경제성장을 일으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석유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중동의 디지털 중심 경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UAE의 대표 통신사인 에티살랏은 다수의 기업들과 손잡고 메타버스 분야에 투자겠다는 의향을 밝혔는데 삼성전자도 에티살랏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5G 통신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5G와 같은 첨단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에릭슨에 이어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 보안,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지능형교통체계(ITS) 등 UAE가 추진하는 첨단산업에는 삼성전자가 가장 강점을 갖춘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무함마드 UAE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견학한 것도 반도체분야 협력을 검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UAE보다 더 큰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가 5천억 달러(약 66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건설하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옴시티는 서울시의 약 44배에 달하는 미래도시로 도시 전체가 RE100(재생에너지 100%) 방식으로 설계되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대거 접목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뿐만 아니라 삼성SDI의 배터리, 삼성SDS의 클라우드 기술도 활용될 부분이 많다.
아직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삼성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요소로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 및 제조업, ICT, 역량 강화, 보건의료, 중소기업 협력 및 투자 강화를 5대 협력 분야로 선정했다”며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 재개에 다른 낙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