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방침을 정하면서 이동통신 3사가 펼쳐 온 홍보와 대관활동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방침을 놓고 볼때 KT와 LG유플러스 홍보와 대관조직이 SK텔레콤에 완승을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불허방침을 정했는데 이는 사실상 KT와 LG유플러스가 내세운 논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
|
▲ (왼쪽부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KT 관계자가 “내부적으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막상 불허로 결정돼 다들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완승을 거둔 셈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SK텔레콤에 맞서 KT와 LG유플러스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치열한 대관과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처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방송통신시장에서 새롭게 판을 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공세를 펼쳤지만 SK텔레콤은 방송통신산업의 융합과 발전을 내세우며 여유롭게 대응했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가 CEO까지 전면에 나서 총력전을 펼치면서 승부의 무게추는 ‘인수 불허’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5년 12월 초 연말인사를 통해 대관과 홍보조직을 개편했다.
남중수 전 KT대표시절 대관업무를 경험했던 맹수호 부사장이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CR부문장을 맡았다. 또 삼성전자 출신으로 SK텔레콤에 몸담았던 윤종진 전무가 홍보실을 맡았다.
임헌문 KT 매스총괄 사장은 지난 12월18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남의 밥그릇을 깨뜨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LG유플러스도 KT와 보조를 맞추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2월1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을 놓고 “땅도 안 짚고 손쉽게 헤엄치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찾아가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KT 홍보담당 임원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KT의 홍보와 대관조직은 어느 때보다 유기적으로 움직였다”며 “처음에 밀렸지만 공정위의 심사가 장기화하는 등 승기를 잡으면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활기를 띠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한 직원을 통해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인수합병을 결의한 주총결의에 대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소액주주나 시민단체와 공조를 취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당연히 승인해 줄 것으로 보고 느긋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보다 KT와 LG유플러스의 반대논리를 반박하는 데 힘을 쓰면서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장동현 사장이 제시한 성장전략의 첫 출발이고 SK그룹으로서도 통신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인데도 SK텔레콤을 비롯해 SK그룹 차원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의 사활을 건 대관과 홍보활동에 비해 공세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에서 그룹 차원의 현안들이 터지면서 이를 수습하느라 대관과 홍보조직의 전력이 분산된 탓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SK텔레콤의 홍보와 대관조직은 오랫동안 업계 1위로 군림하면서 안일함이 작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관팀의 한 관계자는 “대관팀 업무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혈연과 지연, 학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라인을 만드는 일에 사활을 거는 것인데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서 이런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결정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SK그룹과 SK텔레콤이 역전을 꾀하기 위해 대관과 홍보조직을 총가동할 가능성도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지켜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