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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의 '투자 귀재' 명성 흔들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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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중반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인수합병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나며 국내에 사모펀드(PEF)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수했던 몇몇 국내기업들을 놓고 매각을 통한 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병주, ‘투자의 귀재’ 명성 흔들
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인수했던 국내기업들에 대해 매각을 통한 원금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국내에서 HK저축은행과 딜라이브(구 씨앤앰), ING생명,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코웨이, 홈플러스 등 7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 기업들 가운데 딜라이브와 네파, 홈플러스, 영화엔지니어링 등의 경우 원금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07년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법인(SPC)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했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자기자본 9천억 원에 인수금융으로 1조4천억 원을 빌려 딜라이브를 인수했는데 그 뒤 이자비용으로만 1조 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7월 말 채권만기를 앞두고 지난 4월 말부터 이자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채권단이 6월28일 채무 2조2천억 원 가운데 8천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이자율을 낮춰주면서 겨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하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딜라이브를 3조3천억 원 이상에 매각해야 원금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딜라이브의 시장가치는 현재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IPTV시장이 급성장하며 케이블TV의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불투명해지면서 MBK파트너스는 케이블TV업체인 딜라이브 매각에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원금회수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약 1조 원을 투자해 네파 지분 94.2%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절반인 5천억 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네파는 아웃도어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네파는 2013년 매출 4703억 원, 영업이익 1182억 원을 냈지만 2년 뒤인 지난해 매출 4052억 원, 영업이익 502억 원을 내는데 그쳤다.
홈플러스를 놓고도 원금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천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4조3천억 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MBK파트너스는 전체채무 가운데 1조1천억 원은 1년 뒤부터 6개월마다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까지 2200억 원을 우선상환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6조7468억 원, 영업손실 1490억 원을 내며 13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MBK파트너스는 5개 점포를 일괄매각한 다음 임대하는 방식(세일 앤 리스백)으로 6천억 원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MBK파트너스가 2009년 인수한 철강구조물 제조회사 영화엔지니어링도 올해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는 영화엔지니어링이 처음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화엔지니어링에 1100억 원을 투자했지만 투자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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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의 '투자 귀재' 명성 흔들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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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 김병주, ‘마이더스의 손’ 명성 되찾을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현재 자산규모 100억 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를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서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2005년 칼라일그룹에서 독립해 사모펀드회사 MBK파트너스를 설립하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김 회장은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다.
MBK파트너스는 2006년 6월 780억 원을 들여 한국씨티은행의 자회사인 ‘한미캐피탈’을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07년 9월 3500억 원을 받고 한미캐피탈을 우리금융지주(현 우리은행)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는 한미캐피탈 매각을 통해 국내에서 대표적 사모펀드로 부상했다.
MBK파트너스가 2013년 1조1900억 원에 인수한 코웨이도 현재 시장가치가 3조 원에 이르는 등 성공사례로 꼽힌다.
김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MBK파트너스는 2009년 골드만삭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일본 테마파트인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을 1조3500억 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NBC유니버셜에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을 7조5천억 원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는 2천억 원을 투자해 7배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또 2008년 일본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다사키(TASAKI)’를 950억 원에 사서 올해 초 2800억 원에 매각했다.
김 회장과 MBK파트너스의 성공사례를 보면 최근 불거지는 국내기업들에 대한 잇따른 투자실패 논란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민연금 등 투자자(LP)들이 최근 MBK파트너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8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에 등을 돌리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의 투자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하는 ING생명은 김 회장과 MBK파트너스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은 현재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 핑안보험그룹이 예비실사를 진행하며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2월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 한국법인 지분 100%를 1조8400억 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 희망가로 3~4조 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