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와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가 K푸드 세계화라는 같은 깃발 아래에서 해외시장에서 격전을 펼친다. 이들은 김치, 김, 장류 등의 품목의 해외시장 확대 움직임에 나선 상태다. |
[비즈니스포스트]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와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이 'K푸드 세계화'라는 깃발 아래 '오월동주'에 나서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K푸드 세계화를 향해 한배를 타고 있지만 사실상 해외시장이라는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할 경쟁자다.
국내 식품시장의 성장이 정체기를 보이자 기업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7대 글로벌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매진하는 가운데 대상도 글로벌 식품·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은 K푸드의 세계화라는 같은 목표를 내세우고 다양한 품목으로 해외사업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두 기업이 최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품목은 K푸드의 대표 격인 김치다.
김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역력 증진 및 바이러스 억제, 항산화 효과 등으로 주목받으며 수출이 늘고 있다. 2022년에는 11월까지 누적 김치 수출 금액이 약 130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9년 1년 동안 전체 수출 금액은 1050억 달러였다.
CJ제일제당은 김치 브랜드로 '비비고 김치'를, 대상은 '종가'를 각각 내세워 해외 김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치 수출 누적 금액(2022년 1~8월)으로 따지면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 종가가 앞서 있다.
대상은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연간 2천 톤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폴란드 발효식품업체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연 3천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김치공장 건립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발효제어, 원물(재료) 품질관리, 패키징 등 3대 핵심 기술을 강화해 한국 김치의 고유한 맛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지난해 11월 유럽 수출용으로 나온 '비비고 썰은 김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준공한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아태·유럽지역의 수출 전진기지로 삼고 있으며 북미지역에서는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두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또 다른 K푸드는 바로 김이다. 김은 2020년 한 해에만 8천억 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비비고 김'과 자회사 삼해상사의 '명가 김'을 통합한 브랜드 'CJ명가김'을 출범시켰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현지인 입맛에 맞게 조미하고 과자형태로 만든 김 스낵 '비비고 씨위드 스낵'(유럽), '비비고 와삭'(일본)을 선보였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준공한 김 전문 생산 공장을 통해 북미지역과 남미지역까지 사업 확대에 나서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상은 기존 동남아시아지역 중심이었던 김 사업 범위를 확대하려 한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식품 브랜드 '마마수키'를 출범시켰는데 마마수키의 김 제품은 현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6월 청청원의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한 김 스낵 '오푸드 씨위드 칩스'를 내놨다.
대상이 지난해 김으로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약 750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인도네시아, 2020년 베트남에 김 생산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에 들어간 결과다. 대상은 할랄 인증을 받은 김 제품으로 향후 중동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대상은 2020년부터 김 생산과 수출을 위한 연구조직으로 해조류연구센터를 가동하면서 김을 주력 K푸드 상품으로 밀고 있다.
K소스의 명가 자리를 두고서도 두 기업의 경쟁은 치열하다.
CJ제일제당은 한국식 매운 소스를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각 나라의 통관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장류 미생물 저감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K소스 제품으로는 미국시장에 먼저 출시한 '비비고 갓츄(핫소스)'가 있다. 이외에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기양념장류 제품 다수를, 베트남에서는 '핫 장 핫소스' 등 각 나라별 식문화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할랄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를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할랄 고추장 캠페인을 펼치는 등 동남아시아시장에서 장류 및 소스 제품의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준공한 로스앤젤레스 현지 공장에서 B2B(기업 사이 거래) 대상 고추장 제품 6종을 생산해 미국시장에 K소스를 안착시키려고 한다. 대상은 미국 현지 식문화에 맞게 묽은 형태의 고추장·쌈장, 고추장맛·김치맛·유자맛 소스 등을 선보였다.
앞으로 대상은 고추장 수출국을 100개국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대상의 장류·조미류 등 품목의 수출액은 2018년 1144억 원에서 2021년 2002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 입사했다가 회계법인 여러 곳을 거친 뒤 2004년 CJ에 입사했다. 2021년 3월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 오른 뒤 글로벌 전략 품목의 확대와 유럽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은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대상에서 평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소재BU 전략기획본부장 겸 식품BU 재경본부장, 식품BU 대표이사, 유럽법인장을 거치는 등 해외 식품사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재희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