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계묘년 새해 각자 다른 셈법으로 OLED(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계묘년 새해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에서 중소형 올레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맹주에서 대형 올레드로 각각 사업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사장과 정 사장은 대형 올레드와 중소형 올레드에서 각자 세계 최강자 자리는 단단히 지키면서도 새 영역으로 입지를 키워가야 하는 과제가 무겁다. 두 대표 모두 수성전과 공성전을 동시에 펼쳐야 하는 셈이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업계 강자로 꼽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새해 화두는 ‘도전’이, 대형 올레드 맹주인 LG디스플레이의 화두는 ‘생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새해 화두로서 ‘도전’이 꼽히는 까닭은 그동안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오던 대형 TV패널 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세계 TV 출하량은 1억9900만 대로 2013년부터 10년 간 기록했던 연간 출하량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어 TV세트 업체들의 재고물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올레드 시장을 향해 진격의 깃발을 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레드 TV 시장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3년 올레드 TV 출하량이 2022년보다 12% 늘고, 매출은 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하반기 기준으로 30조 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올해 대형 올레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영향력을 넓히고 고객사를 확대할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하반기 기준으로 8.5세대(2200×2500mm) 유리원판 투입 기준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월 3만장 후반까지 늘렸다. 2021년 양산을 시작한 지 단 6개월 만에 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생산능력은 아직 LG디스플레이의 20%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연계 전략에 따라 앞으로 생산능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납품할 고객회사도 넓힐 가능성이 있다.
최주선 사장은 2022년 디스플레이 업황 보릿고개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본래 강점을 가진 중소형 OLED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 위기를 피했다. 여기에 적절한 제품별 생산 완급 조절로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용 중소형 올레드 수요가 단단하게 실적을 뒷받침 해줬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에서 2022년 6월 재빠르게 손을 뗀 것도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은 최 사장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정호영 사장이 이끌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강자로 꼽히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는데 대형 올레드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추격에도 대응하는 한편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생존’을 위한 수성 전략에 좀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호영 사장이 이끄는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과도한 LCD 패널 물량공세로 LCD뿐 아니라 대형 올레드 분야의 가격경쟁력까지 빛을 잃으면서 2022년 영업손실에 허덕였다.
대형 올레드 패널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 성숙시장인 LCD 패널과 비교해 제조단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LCD 패널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문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패널 사업의 수익성까지 흔들리게 됐다.
정 사장은 이익체력을 확보하고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 갖춰 둔 기술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2022년 말에 국내 TV용 LCD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작은 움츠림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올해 업황 회복에 대비해 대형 올레드 대세화에 힘을 주면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은 확장현실 분야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 등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서 생존책을 찾을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IT제품 위주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잠재력을 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적용되는 차량용 플라스틱 올레드(POLED)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자동차 부품 영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0인치 이상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0%가량을 나타내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20년 기준 91%라는 압도적 점유율로 선도적 위치를 다지고 있다.
물론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 가운데 아직 차량용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차량용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커지는 추세에 접어들고 있어 실적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차량용 올레드 출하량이 올해 1천만 대에서 2029년에는 6천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테이시 우 옴디아 연구원은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2 하반기 한국디스플레이콘퍼런스’에서 “유럽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차량용 올레드 적용 비율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 부문이 올레드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요한 적용처로 부상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장우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