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후 예비경선을 실시하기로 한 만큼 올해 안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내년부터 구체적 경선 계획을 마련하는 등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당대회 시계가 빨라지면서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나 부위원장이다. 나 부위원장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출마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당내에선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들어 당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요즈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당대표 되세요'다"며 "국민들과 당원들이 원하는 국민의힘의 당대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라고 글을 올렸다.
22일엔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는 표 벌어올 줄 알아야 하고 표가 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고 20일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선 "총선 때 표를 벌어올 사람 따져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17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염원하는 당심(黨心)을 한 움큼이라도 더 담겠다"고 적기도 했다.
여론지형도 나 부위원장에게 우호적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일반국민 대상 조사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로 앞서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하면 나 부위원장이 앞서는 결과가 여럿이다.
한길리서치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대표를 다시 뽑게 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유승민 전 의원이 3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나경원 부위원장 11.6%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경원 부위원장이 22.3%로 1위고 유승민 전 의원 16.1%였다.
16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이 37.5%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 부위원장이 18%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유 전 의원은 8.7%였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규칙이 여론조사를 배제하고 당원투표 비율 100%로 바뀐 만큼 나 부위원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윤심'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윤심이 나 부위원장인 아닌 다른 당권 주자에게 기운다면 나 부위원장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나 부위원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수도권 확장성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나 부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서울 중구와 동작구을에서 3선을 했다. 주요 친윤(친윤석열)계 당권 주자들이 수도권 확장성 측면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게 뒤쳐지고 있는 만큼 나 부위원장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강경보수 발언으로 여러차례 논란을 빚은 나 부위원장의 중도확장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공존한다. 21대 총선과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대표 경선 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점은 나 부위원장의 중도확장성이 약하다는 증거로 제시된다.
통상적으로 총선은 당대표가 치르는 선거라고 한다. 당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하는 총선에서 당대표의 중도확장성이 떨어지면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차기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구도에서 윤 대통령의 말대로 당대표 대신 대통령이 부각된다면 나 부위원장의 중도확장성이 다소 떨어지는 약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