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이 전환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내년에도 한국은행이 지금과 같은 통화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할 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까지도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 금리인상 기조가 쉽사리 변경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에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위원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목표 물가(2%)를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도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예측하면서 기존 8월 전망치보다는 소폭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3.6%를 예상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으로 바라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금리인상 기조를 올해 11월까지 15개월 넘게 끌고 오면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있다는 시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경기침체 부담이 부각되며 통화긴축 필요성이 낮아질 것이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자금 경색 등 시장 불안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고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은행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한 부분이다”며 “성장세 부진을 우려하는 부분은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심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 연준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에 힘이 실리게 하는 요인이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각)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과반을 넘는 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금리인상 속도의 둔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들은 그동안 집행한 공격적 통화긴축 정책의 누적된 효과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바라봤다.
의사록에는 내년 경기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연준이 올해 과도한 금리인상 조치를 펼쳤다는 지적도 담겼다.
이에 금융업계는 내년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끝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연 3.5%까지 인상한 이후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과 2월 금통위에서 각각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을 통해 최종 기준금리는 연 3.75%에 도달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연 3.5%에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다”면서 “내년 4분기 0.25%포인트 금리인하도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이날 공개된 금융통화위원들의 최종 기준금리 예상치를 살펴보면 연 3.5% 이상이 2명, 연 3.5%가 3명, 연 3.25%가 1명이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