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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실적 악화에 설상가상, 독일 펀드 전액 반환 수용할까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11-23 1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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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한투자증권이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해 투자원금의 100%를 반환하라고 권고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까?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신한투자증권 실적 악화에 설상가상, 독일 펀드 전액 반환 수용할까
▲ 신한투자증권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독일 헤리티지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가뜩이나 본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손실에 따른 실적 부진이 심화할 수 있고 권고안을 거부하자니 금융당국의 결정에 맞서야 하고 전반적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KB금융그룹과 치열한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다. 3년 만에 리딩금융 탈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손실을 더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결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한 금융위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투자원금 반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대규모 추가 손실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의 독일 헤리티지펀드 판매 규모는 3907억 원으로 100% 투자원금 반환을 권고받은 6개 판매사 가운데 가장 많다. 전체 판매 규모의 81%를 신한투자증권이 팔았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의 50%만 돌려준 상황이다. 나머지 50%에 대해서도 일부 충당금을 쌓아뒀다고 하지만 투자원금의 100%를 보상한다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금성원 신한투자증권 CFO(최고재무책임자) 상무는 올해 2월 진행한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까지 (투자상품 손실과 관련해) 회계상 손실을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충당금을 쌓았지만 그 이후 발생할 부분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금 상무는 “향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실제 보상률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비용들이 향후 2~3년 안으로 세후 900억 원에서 최대 2천억 원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사옥 매각에 따른 영업외수익 증가로 순이익은 늘었지만 국내 증권업황의 전반적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주는 등 본업에서는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9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보다 64% 줄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실적 악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신한투자증권의 추가 손실은 신한금융그룹 전체의 리딩금융 경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신한금융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리딩금융 탈환을 노리고 있는데 4분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계열사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 리딩금융 경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투자상품 관련 손실 비용은 신한금융이 2020년과 2021년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줄 때도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투자상품 관련 비용으로 4670억 원을 인식했다. KB금융과 순이익 차이 3900억 원보다 크다.

그렇다고 신한투자증권이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역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우선 ‘신한’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투자상품 관련 손실이 최근 몇 년 사이 그룹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히면서 그룹 차원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힘써왔다.

이태경 신한금융지주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올해 2월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실적발표 자료 앞쪽에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투자상품 손실 관련 사항을 투자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2020년까지는 분쟁조정 절차에 따라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는 투자상품에 국한해 비용을 인식했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는 고객 신뢰 회복과 손실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적화해를 추진했다”며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투자상품과 관련한 모든 프로세스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금감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사안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금융권 전반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어기면서 금융소비자와 각을 세우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신한투자증권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7월 라임 금융무역펀드와 관련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투자원금 100% 반환 권고가 나왔을 때도 이를 수용한 경험이 있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이 100% 투자원금 반환 권고를 받아들이더라도 신한금융이 2022년 리딩금융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각각 4조3154억 원과 4조279억 원을 올려 차이가 2875억 원에 이른다.

4분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비슷한 실적을 낸다면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한 일회성 비용을 인식하더라도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3분기 신한투자증권의 4천억 원대 사옥 매각이익이 발생하며 KB금융 순이익을 제치며 차이를 크게 벌렸다.

신한투자증권이 올해를 넘겨 내년 초에 권고안을 수용하는 방안도 있다.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은 당사자인 투자자와 판매사가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는데 이 기간을 한 번 연장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 실적 악화에 설상가상, 독일 펀드 전액 반환 수용할까
▲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독일 헤리티지펀드 관련 피해자들은 그동안 투자원금 100% 반환을 요구했던 만큼 판매사의 조속한 반환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는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오랜 기간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하면 만시지탄이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환영한다”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사들이 신속하게 결과를 수용하도록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권고안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매사가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주식 10주 갖기 운동을 펼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런 리스크를 야기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취소 결정 이유에 대한 법률검토와 고객보호 및 신뢰회복 등의 원칙 아래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회에서 권고안 수락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과 관련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헤리티지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판매사 6곳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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