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주문하면서 “포기를 결정하는 것도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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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그룹 회장 |
허 회장이 지난 4월 에너지와 건설, 유통을 중심으로 그룹의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발언은 GS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GS그룹의 계열사는 78개다.
허 회장은 9일 서울 GS타워에서 열린 올해 3분기 GS그룹 임원모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못지않게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를 결정하는 것도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모임에 GS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 150여 명이 참석했다.
허 회장은 “지금 상황은 GS그룹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사업전략을 다시 살필 좋은 기회”라며 “실패위험이 있더라도 5년이나 10년 후 사업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투자는 가장 앞서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번 발언은 GS그룹의 방만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S그룹 계열사는 현재 총 78개다. 국내 기업 가운데 SK그룹에 이어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5년 LG그룹에서 분가한 뒤 삼양통산과 코스모그룹 등 허 회장의 친척이 운영하는 기업들이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수가 늘어났다.
GS그룹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의존하던 ‘본류’가 흔들리자 오히려 GS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룹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에 1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GS건설과 GS에너지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그룹 전반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의 지원을 받던 다른 계열사들은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GS그룹 계열사 중 19개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부실위험 기업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허 회장이 이런 GS그룹의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 포기에 대한 중요성을 주문한 것은 GS그룹의 사업구조를 개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삼성그룹이 활발하게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허 회장의 이런 문제의식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지난 4월 임원모임에서도 사업구조 개편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당시 “올해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며 “내부의 비효율을 재확인해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GS그룹 핵심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GS그룹 3대 핵심계열사인 GS칼텍스와 GS건설 및 GS에너지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임원 59명 중 9명의 자리를 없애고 30%가량을 보직이동했다. 본부조직도 전체 7개에서 석유화학과 윤활유사업본부를 합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해 5개로 줄였다.
GS칼텍스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GS그린텍과 GS엠비즈를 한 기업으로 만들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1일 GS그린텍은 GS엠비즈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GS그린텍은 윤활유와 아스팔트 유통을 담당한다. GS엠비즈는 폭스바겐 공식딜러인 외제차 판매회사다. GS엠비즈는 지난 해까지 주유소사업에도 손을 댔으나 부채비율이 235%에 이르는 등 좋지 못한 결과를 얻자 손을 뗐고 결국 합병절차를 밟았다.
GS건설도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달 552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허 회장을 비롯한 GS그룹 오너 일가는 유상증자를 위해 지난 5월 한국증권금융에 약 359억 원어치의 GS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200억 원 이상을 빌렸다.
GS건설은 또 파르나스호텔 매각도 추진해 오는 17일 본입찰이 진행된다.
GS에너지는 지난달 27일 100% 자회사인 GS이엠이 삼일폴리머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GS이엠은 리튬2차전지사업을 맡았고 삼일폴리머는 합성수지 부문 회사다.
GS에너지는 올해 3월 실적이 악화된 GS이엠이 진행한 1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어 연간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삼일폴리머와 합쳐 사업분야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