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10-25 15: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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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기사와 택시기사들에 대한 보상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약관에 따른 보상은 했지만 이용자들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추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전례가 없는 상황인 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 대리기사 단체가 24일 국회 앞에서 '카카오 먹통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 기간 동안 이용자들이 입은 피해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일 유료 멤버십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대리기사와 택시기사들에게 약관에 따른 보상을 지급했다. 보상규모는 택시기사들에게 7550원, 대리기사들에게는 4260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와 대리기사의 한 달 유료 멤버십서비스 이용료의 6일 치를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기사들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추가 보상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 4개 대리기사 단체는 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대리기사들이 본 손실이 평균 17만8천 원이라고 주장하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4260원의 보상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폐지될 서비스를 기준으로 삼은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0월 초 대리운전 유료 서비스모델인 ‘프로서비스’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노사교섭을 통해 도출한 결과다.
대리기사 단체는 그동안 논의를 통해 유료 멤버십서비스를 폐기하기로 합의해 놓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기사들에게만 보상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추가적 보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류 대표이사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약관에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약관에 한정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피해자들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추가적 보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 서비스멤버십 이용료 6일치를 준 것은 서비스 이용제한에 대한 환불이지 보상이 아니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은 따로 공급자들과 논의를 통해 피해수집 및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 보상금액을 묻는 질문에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보상과 관련해 “약관에 따라 보상금을 책정한 것이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추후 보상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얘기하긴 어려운 단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자금 상황을 봤을 때 보상 능력은 충분하지만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뜻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6229억 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5억 원, 순이익은 275억 원을 거뒀다.
다만 무료 서비스이용자들에 대한 보상 선례가 없는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무료 사용자에게 보상을 하게 되면 선례로 남게 되고 추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도 19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무료서비스 이용자는 선례도 없고 기준도 없어서 다양한 피해사레를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일부 택시기사와 대리기사들이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영업이 원천적으로 막힌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피해보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선심' 보상은 경영진의 책임 추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T ‘벤티’와 ‘블랙’ 택시기사들은 계약상 카카오 서비스만 이용해야 되지만 그 외의 기사들은 다른 택시·대리운전 플랫폼을 이용해서도 손님을 태울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센터나 피해사례 접수채널을 통해 피해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있고 대리기사 노조 등과도 대화를 하고 있다”며 “추가로 적용 가능한 보상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