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2-09-27 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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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비속어를 썼다는 논란을 두고 MBC와 정부여당 사이에 공방을 주고받으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본질은 그게(비속어 사용) 아니다”라며 “순방외교 현장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미국)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기정사실화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발언을 두고 MBC와 대통령실, 국민의힘 사이에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를 일부 언론에서 특정해 국민과 국제사회가 오해하게 만드는 건 굉장한 동맹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나눈 뒤 참모진과 이동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언론을 통해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MBC는 해당 발언을 최초 보도하면서 자막에 ‘바이든’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보도가 된 지 15시간이 지난 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뉴욕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다. 그 뒤 윤 대통령 발언의 대상을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전날 해외순방 귀국 뒤 첫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발언에 관해 묻자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이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방송사에 책임을 돌렸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MBC를 강하게 비판하며 역공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6일 “MBC가 대통령 비속어 프레임을 씌웠다”며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시점이 언론에 보도되기로 한 시점(엠바고)보다 빨랐다며 MBC와 민주당의 유착설을 주장했다. 또 박수영 의원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MBC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나쁜 의도로 ‘짜깁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전날 박성제 MBC 사장과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MBC도 짜깁기나 유착은 절대 없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MBC뉴스투데이는 27일 오전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기까지 시간대별 상황을 전했다.
MBC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이 담긴 영상은 22일 오전 6시28분부터 지상파와 종편 등 국내 12개 방송사에 똑같이 송출됐다. 그러나 오전 9시쯤 화면 상단에 ‘반디캠’이라고 표시된 비속어 발언 영상이 기자들 단체 대화방에 빠르게 퍼졌다.
MBC는 대통령실의 보도 제한이 풀린 9시39분으로부터 28분이 지난 10시7분에 온라인을 통해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을 공개했다. 뉴스투데이는 김동하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MBC보다 먼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22일 하루에만 148곳의 언론사가 비속어 발언을 보도했으며 TV조선, MBN 등도 저녁뉴스에 ‘바이든’자막을 붙여 방송했다며 MBC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을 함께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도 26일 입장문을 통해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다”며 “보도 이후 해당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