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맥주시장에 ‘벌크업’ 바람이 불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주류기업들은 기존 페트맥주의 용량을 늘린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고물가 시대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키운 페트맥주 제품을 출시하면서 고물가 시대 생활비 절약에 나선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
19일 주류업계에서는 거리두기 전면 해제 등을 맞아 트렌드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혼술족’을 위한 프리미엄 캔맥주 제품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단체 및 야외 활동에 어울리는 대용량 페트맥주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페트맥주는 오비맥주와 하이트(현 하이트진로)가 2003년 11월 처음 용량 1600㎖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뒤로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1600㎖ 제품과 1ℓ 제품으로 양분됐던 페트맥주시장에 최근 새로운 규격이 등장했다.
9월 들어 오비맥주는 용량 2ℓ의 ‘카스2.0 메가페트’를,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1900㎖ 페트 제품을 각각 선보였다.
대형마트 판매가를 기준으로 기존 1600㎖ 용량의 카스는 4840원, 카스2.0 메가페트는 5540원으로 100㎖당 가격이 303원에서 277원으로 저렴해졌다. 1900㎖ 테라는 1ℓ 페트 제품보다 ㎖당 단가가 12% 저렴하다.
주류기업들이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진 제품을 출시한 것은 고물가 시대의 대응 전략 가운데 하나로 읽히지만 신제품 출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주류업계에서는 대용량 페트맥주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존 1600㎖ 제품에 대해 용량의 아쉬움을 느낀다는 소비자 반응이 없는 데다가 페트의 크기가 커져 제품 보관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페트맥주 대형화의 목적이 수제맥주와의 차별화에 있다고 본다.
편의점 캔맥주 제품을 중심으로 수제맥주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는 2019년 800억 원에서 2021년 1180억 원으로 늘어났다.
▲ 오비맥주의 카스2.0메가페트(왼쪽), 하이트진로의 1.9L 용량의 테라(오른쪽) |
이러한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MZ세대들이다. 이들의 소비패턴은 ‘양극화’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소비와 색다른 경험을 위한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태가 섞여 있다.
맥주기업들은 MZ세대의 합리적인 구매 행태를 겨냥하면서 거리두기 전면해제로 단체 및 야외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가성비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2019년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맥주 매출 가운데 캔맥주가 70%, 페트맥주는 20% 안팎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주류기업들로서는 페트맥주의 판매 확대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캔맥주의 소재인 알루미늄의 국제 시세가 2021년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5% 상승해 주류기업의 가격인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