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북미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완화법(감축법)에 관한 대응책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미국 출장을 통해 현지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한 만큼 미국에 지을 전기차 전용공장을 애초 계획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2주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 복귀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8월23일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정 회장은 지난 3일까지 약 2주 동안 미국에서 뉴욕과 조지아, LA, 보스턴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긴급히 방미했던 이유는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이 현지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플레이션 완화법(IRA)에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모두 국내에서 생산되기 대문에 법이 규정하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아이오닉5와 EV6, 니로EV, 코나EV, 제네시스 GV60 등 5개 차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8월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서명하면서 올해 12월31일까지 보조금이 적용되는 전기차는 단 한 종류도 없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 규모다.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 이전까지 현대차 아이오닉5 기본트림은 보조금(세제 혜택)을 받아 3만9950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4만7450달러를 줘야 살 수 있다.
반면 아이오닉5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지는 포드의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을 받아 4만4천 달러에 판매돼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 회장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에 놓였는데 특히 이번 출장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찾아 주 정부 관계자들과 인플레이션 완화법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북미에서 빠르게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이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새 전기차 생산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 정부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약 7조 원을 들여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을 결정하면서 2023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하반기 공장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앞당겨 올해 10월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갈 뿐 아니라 공장 완공 뒤 증설 역시 서둘러 진행해 북미 생산을 최대한 늘린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았던 계획을 보면 지을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에 이른다.
물론 현재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월 1만 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전기차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을 여유 있게 갖춰두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이에 머물지 않고 2030년 조지아주 생산공장 증설에 들어간다는 애초 계획을 앞당겨 가동 직후 곧바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주력 전기차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점을 2024년 하반기에서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는 기존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말부터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라인을 현재 구축하고 있다.
이 생산라인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뿐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6 같은 주력 전기차 모델의 생산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 노조와 협상이 필요하다. 현대차 노사는 단체협약에서 국내 생산하는 물량을 해외로 이전할 때 노조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생산 전기차 물량의 해외 공장 이전과 관련해 "아직까지 회사가 별도로 요청한 것은 없다”며 “회사가 요청하면 협상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