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SMIC가 자체 기술로 생산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조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SMIC에서 생산한 7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등 선두기업과 맞먹는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SMIC가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급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SMIC의 7나노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테크인사이츠는 7월에 SMIC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가 고객사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파악하고 알린 조사기관이다.
이번에 후속 보고서를 통해 실제 SMIC의 7나노 반도체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세계 상위 반도체기업과 비교할 수 있는지 등 내용을 조사해 공개한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요약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SMIC의 7나노 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7나노 미세공정과 비교해 뒤떨어지는 기술을 7나노라고 앞세워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SMIC는 오히려 7나노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SMIC를 향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더 강력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SMIC가 중국 군사기술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기업이나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이 SMIC에 고사양 반도체장비를 공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테크인사이츠 분석에 따르면 SMIC는 EUV(극자외선) 등 고성능 반도체장비 기술을 활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완전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3년, 5년에 걸쳐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한 반면 SMIC는 첨단 장비도 없이 2년만에 기술력을 갖춰내는 성과를 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SMIC의 기술 발전 속도가 삼성전자와 TSMC를 모두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테크인사이츠는 TSMC 출신의 고위 임원이 SMIC에 근무하며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과 관련한 노하우를 전수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두고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업인 SMIC에 강력한 지원을 지속해온 점도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SMIC의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 소식은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속도를 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단기간에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주요 경쟁사로 부상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미국의 반도체 국가 경쟁력 확보 필요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테크인사이츠가 이번에 SMIC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우수하게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만큼 미국 정부와 의회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SMIC를 대상으로 반도체장비 수출제한 등 규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런 시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기업도 파운드리사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14나노~7나노 공정에서 SMIC에 고객사를 빼앗길 수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에 더 힘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SMIC는 최근 중국 톈진에 75억 달러(약 10조 원)을 들여 새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새로 발표했다. 반도체 미세공정 신기술 및 고객사 확보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