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최근 화제의 중심인 게임이 있다. 바로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우리나라의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미소녀수집형 육성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다.
이 게임은 얼마 전 리니지M도 해보지 못했던 일매출 150억 원의 신화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롱런’이다. 리니지M이 엔씨소프트의 든든한 수입원이 된 이유는 리니지Mdl 반짝 매출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마무스메가 국내에서 롱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무엇일까?
롱런을 위해 중요한 요소들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다. 스토리나 그래픽, 재미 등을 포함한 게임성, 중독성, 과금구조 등이 모두 롱런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리니지M이 롱런하고 있는 이유를 두고 확률형 과금 구조와 교묘한 경쟁심리 유발 때문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마무스메의 경우에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리니지M, 오딘, 미르4 등등 현재 매출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게임들과 우마무스메는 조금 매출의 방향이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다.
우마무스메는 ‘특정 계층’, 흔히 ‘덕후’라고 부르는 계층을 겨냥한 게임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 글로벌 서버에서 이미 한 번 검증을 거친 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이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업데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일본, 중국, 대만, 글로벌 이용자들은 어떤 ‘사료’(게임사가 게이머들에게 유료 재화를 공짜로 뿌리는 것을 뜻하는 은어)를 받아가면서 게임을 해왔는지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들이 롱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운영’이다. 이미 게임성도, 과금구조도 검증돼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흥행은 전적으로 퍼블리셔의 게임 운영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사람들은 왜 우마무스메같은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 돈을 쓸까?
이유는 단 하나, 현금을 써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돈을 썼는데 누구는 그 캐릭터를 뽑고, 누구는 뽑지 못할 때 이용자들은 가장 불만이 심해지게 된다.
같은 조건에서 특정 개인의 운이 나빠서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하는 것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 경쟁의 조건이 달라서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했다면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게임의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운영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이미 습득하고 있습니다. 일본 서버에서는 같은 업데이트 때 유료 재화를 얼마만큼 줬다더라, 글로벌 서버 뽑기에서 이 캐릭터의 등장 확률은 몇%더라, 이런 식으로 국내 퍼블리셔의 운영을 비교해 볼 상대가 있다는 뜻이다.
한동안 현대기아차를 굉장히 괴롭혔던 이슈는 바로 ‘내수 차별’ 논란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게임에서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더욱 현실적 형태로 발산될 수 있다. 대체재가 거의 없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대체재는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국내 매출이 급감했던 게임이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미소녀 수집형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페그오)’다.
페그오는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바일 게임으로 집계되기도 했으며, 그 이후로도 매년 평균 연매출 1조 원 정도를 내고 있는 게임이다.
페그오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 11월에 퍼블리싱을 시작했으며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게임답게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양대마켓 매출 3위를 기록했고, 그 이후로도 굵직한 업데이트 때마다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롱런에 성공했다.
이 최고의 게임을 한 번에 아래로 끌어내린 사태가 바로 2021년 페그오 근하신년 스타트대시 이벤트 중단 사태다.
한국 페그오 이용자들은 예전부터 일본 서버나 글로벌 서버에 비해 한국 서버 유저들이 차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그나마 이 불만을 완화시켜 주던 이벤트가 ‘스타트대시 이벤트’다. 하지만 2020년 1월에 돌연 “일본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이용자들과 소통 없이 스타트대시 이벤트가 중단됐다.
이 사태는 한국 페그오 이용자들을 격분시켰고 결국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논란과 함께 2020년~2021년 게임업계 대규모 트럭시위 사태의 시발점이 되었다.
당연히 국내 페그오 사용자들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마켓 평점은 1.0으로 떨어졌다. 매출 순위도 100위권으로 급락했다. 마켓 평점이 단시간에 급격하게 떨어지자 구글에서 한국 페그오를 ‘신뢰할 수 없는 앱’으로 분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내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흥행에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마무스메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써 발생할 뻔 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 우마무스메가 일매출 150억 원을 올리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키타산블랙이라는 캐릭터 업데이트였다.
그런데 이 캐릭터 업데이트 며칠 전에, 국내 우마무스메 커뮤니티에 “한국 우마무스메 클라이언트를 뜯어봤더니 키타산블랙 뽑기 확률이 0.5%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대만서버에서 키타산블랙 뽑기 확률은 0.75%라는 것이다. 숫자로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캐릭터를 풀돌(같은 캐릭터 5장을 뽑아서 하나로 합치는 것)하는데 드는 기대 비용은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백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는 수치다.
이 내용이 국내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에게 퍼지면서 순식간에 우마무스메 삭제 인증, 환불 인증 등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카카오게임즈가 공식적으로 키타산블랙의 뽑기 확률은 대만 서버와 같은 0.75%라고 공지하면서 불만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서버에 비해 ‘사료’가 적다는 불만은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비슷한 이유로 국내 우마무스메 앱의 구글플레이스토어 평점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소녀 수집형 게임은 리니지M같은 게임과 달리 소수의 핵과금러(게임에 굉장히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용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다수의 중소 과금러들을 게임에 붙들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운영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분기에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그리고 우마무스메의 성공으로 3분기 실적 역시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미소녀 수집형 게임 우마무스메는 초반의 돌풍을 계속 끌고가서 카카오게임즈의 든든한 ‘국밥 게임’이 되어줄 수 있을까? 카카오게임즈의 현명한 ‘운영’이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