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본설계 능력을 앞세워 정유화학 플랜트와 친환경 인프라사업 등 대규모의 고수익성 해외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에 정부의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공기업·정부가 참여하는 팀코리아 진출 확대, G2G(정부 사이 협력) 강화, 고위급 수주 외교 지원 등을 제시했다.
당시 행사에는 해외건설협회,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의 기관장들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홍현성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해외사업 환경이 좋지 않지만 정부가 나서서 정책을 지원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며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팀코리아(계룡건설, LS전선 참여)의 주간사로서 파라과이 '아순시온 경전철'사업 수주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지원을 받고 있다. 파라과이 정부는 KIND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KIND는 지난 2018년 6월 출범한 정부차원의 해외투자개발사업 전문지원기관이다.
아순시온 경전철사업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과 외곽도시 으빠까라이(Ypacarai)를 잇는 도시철도 건설사업으로 5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대형 해외건설사업이다. 올해 안에 수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사업을 따낸다면 한국이 수주하는 최초의 민관합작투자사업이 된다. 민관합작투자사업은 민간이 위험부담을 지고 공공인프라 투자와 건설, 유지 및 보수를 맡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이다. 정부는 세금 감면과 재정지원을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에 성공한다면 정부 지원을 통한 대규모 해외수주의 모범사례로 꼽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해외사업 지원이 본격화한다면 홍 대표는 이런 실적을 더 많이 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전통적 사업영역인 정유화학, 가스 플랜트사업뿐 아니라 친환경 플랜트사업에도 새로 진출하려 한다.
홍 대표는 앞서 10일 기자들에게 "기존에 추진하던 해외사업 외에도 신사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현대차그룹에 수소를 공급하는 등 그룹 전체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의 해외플랜트 수주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기본설계는 플랜트사업의 기초 설계와 견적을 아우르는 작업이다. 플랜트 프로젝트 전체에 관한 이해와 기술력이 필요해 고부가가치분야로 꼽힌다. 또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고객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8일 호주 희토류 생선업체 ASM에서 추진하는 전략광물 정제사업 더보프로젝트(The Dubbo project)의 기본설계 계약을 따냈다. 이 사업은 호주 시드니에서 서북쪽으로 400km 떨어진 더보 지역에 희토류, 지르코늄 등 대규모 전략 금속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호주는 친환경 에너지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홍 대표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홍 대표는 지난 7월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의 사업 설명회에도 참여했다. 당시 행사는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생산되는 '그린수소'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행사에서 도미니크 페로테이 뉴사우스웨일즈 주총리는 “뉴사우스웨일즈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최대 강자가 될 자원을 지니고 있다”며 “에너지 자원 공급 상업화를 위해 30억 호주달러(2조7500억 원) 규모의 장려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호주 ASM에서 따낸 기본설계를 EPC 본계약 체결로 이어가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 먹거리로 떠오르는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플랜트시장에서 실적을 쌓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해외사업 전문가로서 면모를 제대로 증명할 수 있게 된다.
홍 대표는 2006년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해 베트남, 오만, 쿠웨이트 등에서 해외플랜트사업 현장소장으로 일했던 플랜트 전문가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 수입터미널(KNLG)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 주간사로서 민관협력 사업으로 진행해 최고의 성과를 낸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2016년 3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 한국가스공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IPIC)로부터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29억3200만 달러(3조6천억 원)다.
홍 대표는 플랜트사업 보릿고개 시기인 2016년에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발주처인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IPIC)에 5명의 직원을 상주시켜 1700여 개에 이르는 부속 확인사항을 꼼꼼히 점검하며 협상에 나서 결실을 맺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인 4조1천억 원 달성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해외건설협회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8월 초까지 15억4374만 달러(약 2조 원) 규모를 수주해 올해 목표의 절반 가까이 채웠다. 삼성물산(49억9922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23억9482만 달러)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본설계에 자신감을 지니고 있고 전망 밝은 민관합작투자사업(PPP)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해외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 수주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