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노사가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놓고 갈등하는 사례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보도됐다. 사진은 2022년 7월20일 오전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쿠팡 물류센터 내 냉방기기 설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쿠팡 노사가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례가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2일 “‘한국의 아마존’ 노동자들이 ‘끓는 냄비(Boiling pot)’ 조건에 항의하다”라는 제목으로 쿠팡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물류센터의 근로조건 문제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먼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례부터 살폈다.
알자지라는 “이 노동자가 물류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셔츠 뒷면과 옆면에서 딱딱한 흰색 패턴을 발견한다”며 “꽃과 같은 모양은 축적된 소금 퇴적물로 만들어진다. 한국의 가장 큰 회사 가운데 하나가 운영하는 거대한 창고에서 일하는 그의 몸에서 흘린 땀의 결과다”고 보도했다.
이 노동자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창고에서 일하는 것은 마치 끓는 냄비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 대한민국이 기록적 무더위를 보인 탓에 이 노동자가 종종 쓰러질까봐 걱정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이 노동자가 쿠팡의 물류센터 폭염 대책이 진일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작업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2시간 근무할 때마다 휴식시간 20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이 노동자의 주된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쿠팡이 첨단 기술을 발판 삼아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 많은 쿠팡 노동자들이 근무 이후 피로감을 느낀다고 설문에 응답한 사실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알자지라는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쿠팡 노동자의 사례도 보도했다.
이 노동자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회사에서는 의자 몇 개를 내놓고 피곤하면 잠시 앉아 있어도 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항상 감독자가 우리를 감시하고 누가 쉬는지, 얼마나 오래 쉬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이런 사례들과 관련해 알자지라 측에 “정부 기준에 부합하거나 초과하는 수준으로 쿠팡 물류센터의 실내외 작업 영역에 건강관리 시설(냉낭방 장치 등)을 두고 있다”며 “노동자가 시설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알자지라는 쿠팡의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소개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과대학 안전공학과 교수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며 “센터는 천장이 매우 높고 하루 24시간 열려 있으며 공간은 축구장보다 15배 이상 크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 물류센터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포함해 2만 개가 넘는 냉각 장치를 설치했으며 모든 층에 에어컨이 완비된 휴게실을 제공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여전히 이런 조치들이 폭염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작업 공간이 여전히 덥다는 것이다.
쿠팡 노조는 7월에 이런 현실에 개선을 요구하며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서 경기 동탄물류센터까지 50km가량의 구간을 에어컨 모형을 들고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