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재료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식품업체들이 대응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 |
[비즈니스포스트]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환율 상승에 따라 사업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수입가격이 급등하자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 원재료 생산지 변경, 원재료 대체, 제품 중량 감소 등 다양한 전략을 앞세워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카드는 일단 제품 가격의 인상이다.
CJ제일제당은 8월부터 올리브유 가격을 기존 1만1천 원에서 1만2400원으로 12.7% 인상한다. 스팸, 부침가루·튀김가루의 가격도 올린다.
동원F&B도 8월부터 동원참치 캔 제품의 가격을 3천 원에서 3300원으로 올린다. 이밖에 사조와 오뚜기 등 식품기업들은 캔햄, 식용유 등의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장기 식품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현재 원재료 비용 부담으로 식품업계 전반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고 말했다.
다만 제품 가격 인상은 기업 입장에서도 큰 부담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 가격 인상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결국 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 반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8일 올해 잇따른 식품가격 인상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업들에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식품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아닌 다른 전략을 펼치며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
원재료 대체 생산지 확보에 나선 식품기업들이 있다.
매일유업은 치즈 4개 품목에 들어가는 뉴질랜드 체다 치즈를 미국산으로 변경했다. 국제 기후 변화와 코로나19의 여파로 뉴질랜드 치즈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물류 수송에 어려움을 겪자 선택한 방안이다.
롯데제과는 ‘파스퇴르 이지프로틴’ 3개 품목에 함유된 원료 미셀라카제인(우유 단백질의 일종)의 원산지를 리투니아에서 덴마크로 바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물류 수송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 사용하던 원재료 대신 대체원료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기타과당의 공급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기타과당의 사용을 줄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제곡물 8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식용 옥수수 수입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올랐다.
오뚜기는 식당용 케첩에 들어가는 기타과당의 비중을 줄이고 설탕으로 대체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기타과당 공급이 어려워지자 칠성사이다 원재료 중 기타과당을 설탕으로 바꿨다.
세계 최대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수출을 중단하자 해바라기씨유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빙그레는 엔초 아이스크림 3개 품목에 포함된 우크라이와 스페인산 해바라기씨유를 호주 카놀라유(채종유)로 변경했다. 크라운해태도 콘칲, 카라멜땅콩 등에 들어가던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를 카놀라유로 교체했다.
이밖에 매일유업은 후레쉬쉐프크림에 사용하는 원료크림을 농축유크림으로 바꿨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기상 이변에 따른 홍수 피해 여파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물류 수송 차질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중량이나 개수를 줄인 기업도 있다.
롯데제과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카스타드 대용량 제품 개수를 12개에서 10개로 줄이고 꼬깔콘 제품 중량을 72g에서 67g으로 축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9일 발표한 ‘국제곡물관측 2022년 8월호’에서 7월 모든 품목의 수입 단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48%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3분기 식품업계의 사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파종 지연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2분기 계약 물량이 도입된다”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 수입단가가 상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식품기업들은 원재료를 확보해두거나 미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은 일반적으로 3~6개월 뒤에 나타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