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2-07-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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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넥슨코리아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다시 한번 이미지를 구겼다.
지난해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으로 게임업계 연쇄파동의 도화선이 됐던 넥슨코리아는 그동안 이용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사태수습에 노력해왔으나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넥슨코리아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넥슨코리아 판교 사옥. <넥슨코리아>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다시 현장조사에 나서며 지난해 사건과 관련해 법 위반 여부 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어 넥슨코리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넥슨코리아가 인기 게임 '마비노기'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게시하고 보상안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넥슨코리아의 PC온라인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마비노기'는 2004년 출시된 인기 장수게임이다.
앞서 넥슨코리아는 14일 마비노기에서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였으나 이용자들의 반발로 3시간 만에 상품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확률형 아이템(캡슐형 유료 아이템)은 구매하면 무작위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뽑기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상위 등급의 아이템일수록 등장할 확률이 낮다.
이용자들은 넥슨코리아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최강 장비가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자 크게 반발했다.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는 당시 공지를 통해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는 축제의 날에 실망감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모든 상품과 업데이트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문제가 된 이번 확률형 아이템에는 현존하는 최강(엔드스펙) 장비가 포함돼 이용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다.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야만 상위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고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는 해당 장비를 획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확률형 아이템에서는 0.01%의 확률로 상위 등급의 장비가 나왔다.
이용자들은 구매 실적에 따라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용해 해당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1회 구매하려면 3만 원의 구매 실적이 필요한 데 장비는 확률형 아이템 1만 개당 1개꼴로 획득이 가능해 하나의 상위 등급 장비에 대한 확률 기댓값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무려 3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와 유사한 방식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컴플리트 가챠는 개별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아이템을 수집해 완성시켜야 최종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컴플리트 가챠가 처음 등장한 일본에서는 2020년 규제 대상이 됐고 한국에서도 2021년 4월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이 발의돼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넥슨코리아 마비노기의 상위 등급 장비는 재료를 모두 수집해야만 아이템을 완성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한 마비노기 게임 이용자는 “게임 시스템 상 동일한 세트의 아이템을 모아야 세트 효과가 발동된다”며 “(해당 확률형 아이템에 등장하는) 장비 아이템은 세트를 모두 모아야 강한 효력을 발휘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의 확률형 아이템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마비노기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역할수행게임(RPG)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게임업계 연쇄파동의 도화선을 당긴 것도 당시 넥슨코리아의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었다.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가 벌어졌고 확률 조작 논란은 다른 게임사로도 번지며 이용자와 게임사 사이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이후 게임업계에는 큰 파장이 일어났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개정안은 지금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가 6월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넥슨코리아 판교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에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과 관련해 넥슨코리아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약 1년 2개월 만에 다시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넥슨코리아는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 이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등 노력해왔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3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게임별로 간담회를 열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용자들의 개선 요구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획득 확률 상승 등의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가 종료된 후에는 홈페이지에 이용자 건의사항 알림판도 만들었다. 알림판에는 이용자로부터 전달받은 개선안을 게시한 후 적용 여부, 적용 예정일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각 게임의 총괄 디렉터도 이용자와의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윤명진 던전앤파이터 디렉터는 여름 쇼케이스에 직접 참석했고,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도 6월 마비노기 쇼케이스에 참석해 여름 업데이트를 소개했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도 라이브 쇼케이스에 참석해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 7월14일 진행된 마비노기 1차 여름 업데이트. 마비노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번 사태로 넥슨코리아가 그동안 해왔던 이용자 소통 강화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찾는 커뮤니티 등에는 실제로 “변한 줄 알았더니 이용자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수용해줄지 시험해보는 느낌이다”, “친구들에게 게임에 새로운 업데이트가 들어온다고 홍보했는데 넥슨이 또 넥슨했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이용자들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넥슨코리아는 빠르게 대응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업데이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게임 이용자의 불만에 신속하게 대응했다”며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는 확률형 아이템을 상점에서 제외시키고 확률형 아이템에서 획득한 상위 등급 장비 아이템은 점검을 통해 회수했다.
넥슨코리아는 이후 서비스 오류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 아이템을 지급하고 회수한 아이템의 경우 하반기에 신규 콘텐츠에서 획득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