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여름 유럽이 기후변화에 따른 전례없는 폭염과 산불 등 화재로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18일 스페인 사모라주에서 한 농민이 불타는 밀밭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이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록적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은 물론 도시 곳곳에도 화재가 빈번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일상생활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진 만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럽 각국의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각) 영국 기상청은 영국의 공식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363년 만에 처음으로 링컨셔주 코닝스비 지역에서 40도 이상 기온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비교적 여름이 선선해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집이 5%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올 여름 폭염에 따른 피해도 크다.
전례 없는 폭염에 철로가 늘어나 휘고 포장도로가 솟구치는 등 기반시설 곳곳에서 이상이 생겨 철도 및 교통편 운행이 곳곳에서 중단됐다.
기록적 폭염과 가뭄에 따른 산불은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을 집어삼켰다.
스페인에서는 낮기온이 45도 이상으로 치솟고 포르투갈은 국토의 96%가 가뭄을 겪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유럽 각국의 화석연료 탈피를 위한 기술적 도전과 연대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유럽은 지구 온난화를 향한 경고가 시작된 19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집단대응을 시작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또다른 강자인 미국과 중국 등이 소극적 태도를 고집함에 따라 실질적 성과는 많지 않았다. 유럽 지역도 독일 등 몇몇 국가에 한정된 움직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많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집단적 노력은 이렇게 20년 넘게 추상적 논의 수준에 머물러 왔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1.5도 이하로 만들자’는 구체적 목표가 제시됐다.
그럼에도 유럽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기후대응이 경제 성장에 견줘 후순위 과제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기후법안이 19일(현지시각) 경기침체 공포에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았던 만큼 기후 문제는 일부 과학자 혹은 환경운동가들의 몫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다수 대중에게 기후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오랜 기간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을 축적해온 유럽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구체적 충격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기후대응 양상에는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올해 폭염에 따른 고통을 겪으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유럽 정치지도자의 목소리도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분명해지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산불 현장에서 “기후 변화가 사람과 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역시 17~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기후변화에 집단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이 러시아와 천연가스 수급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국제정치적 상황 역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투자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올해 지난 3월 언론 기고를 통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를 향한 유럽의 태도 변화는 당장 올해 11월7~18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열린 독일 베를린 기후회담은 이집트 당사국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