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안에서 ‘윤핵관’(
윤석열 핵심관계자)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친이계'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당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며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서 지금까지는 권 원내대표가 한 발 앞섰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장 의원이 다소 줄어든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겠다”며 “당 지도체제나 지지율 하락에 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으며 농담과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좋은 관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날 식사 자리가 두 사람의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두 사람은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당 지도체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 징계를 ‘사고’라 규정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하자는 방향을 잡은 반면 장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권을 바라보는 안철수 의원이나
김기현 의원과 연대한 뒤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1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가 있다”며 “장 의원과 내가 동일한 생각을 갖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 당 운영체제에 관한 생각이 달랐음을 시사했다.
장 의원도 권 원내대표와 지도체제에 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행동'을 자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장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제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당 운영에 관한) 제 생각이나 방향을 주장하면 지금 상황에서 옳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가 주장한 직무대행 체제가 굳혀지며 당권 경쟁에서 장 의원이 한 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 전당대회를 열었다면 현재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권 원내대표는 당권에 도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됨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뒤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더해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역할까지 겸임하며 6개월 동안 당내 공식 서열 1위로 원내외를 모두 아우르는 ‘원톱’ 위치에 올랐다. 반면 조기 전당대회 주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 의원이 주요 행사에 불참하자 두 사람의 갈등설은 더욱 번졌다.
장 의원은 11일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인하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또 10일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철규, 윤한홍 의원 등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에도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사이 균열이 오찬을 통해 수습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차기 당 지도부 구성 시점이 다가오면 두 사람의 주도권 싸움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많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4일 SBS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현재로서는 내년 6월에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권 원내대표가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장 의원의 판단과 결정이 (당권 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안팎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폭넓은 행보를 펼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선배이기도 하다.
반면 장 의원은 공식 직위나 역할이 없는데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받고 있는 검찰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비서실장을 맡을 만큼 윤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장 의원은 윤 대통령과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외부 활동을 통해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부산의 사학재단 동서학원을 만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부산을 지역구로 삼아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동서학원이 소유한 동서대학교가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위치하고 있다. 장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될 정도로 지역기반이 탄탄하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지역 조직인 ‘여원산악회’ 회원 1100여 명과 2년7개월 만에 만나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6월27일에는 1년 반만에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재개했는데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장 의원이 향후 조해진·조경태·
김기현 등 부산·경남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 현 지도부 체제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의원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해진 의원은 1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원내대표가 당 대표까지 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며 조경태 의원은 1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권력이 원내대표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데 우려들이 많다”며 “현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