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조 불법파업에 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비즈니스포스트] 금속노조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정부의 중재 시도에도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는 꾸준히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천막농성과 함께 조합원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과 함께 3명의 조합원이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여전히 산업은행은 요지부동, 묵묵부답이며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의 투쟁을 불법이라 거짓 선전하고 공권력 투입을 호소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주인인 윤석열 정권을 향한 투쟁의 방향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중재 시도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파업과 관련한 논란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제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점거를 중단하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섭을 지원하겠다”며 “조합원들은 대화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한 목소리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크(선박 건조시설)에서 진수 예정인 선박을 점거해 진수를 지연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는 수많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사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불법파업을 멈추면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이 더욱 커진다”며 “(진수가 지연돼) 선박 인도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조선업 전체가 신뢰를 잃고 앞으로 수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입은 누적 손실은 5700억 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1973년 세워진 뒤 선박 진수가 장기간 지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전 정부의 잇따른 발표에 곧바로 반박하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 정부 입장 발표에 대한 금속노조 성명’을 내놓고 “오늘 발표 내용이 과연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부의 시각으로 적절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법적 절차를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를 근거도 없이 ‘불법’으로 규정한 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주목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노사와 노사 사이 갈등(노노 갈등) 역시 불거지고 있다.
전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전날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는 내용의 조직형태변경 총회소집 요구를 조합원으로부터 접수했다고 알렸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금속노조가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금속노조가 하청노조의 입장만 대변하고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의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총회소집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안에 조합원 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하청노조는 6월2일부터 사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이상,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1도크를 점거하고 선박 진수를 막아서고 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6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데 이어 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조의 불법파업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불법행위를 향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 사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가 폐쇄됨에 따라 10만여 명의 생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일부 계층의 불법파업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절박한 심정을 담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