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포함하면서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잠재적인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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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면 인수합병 자금을 빌려주는 기업신용공여나 헤지펀드의 대출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지펀드 전담중개업(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대규모 투자금융(IB)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잠정적으로 승인받은 자구안에는 하이투자증권의 연내 매각 추진이 포함됐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7139억 원을 보유한 중형 증권사다. 현대중공업의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서 지분 85.32%를 보유하고 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5월 한 인터뷰에서 “증권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2조4760억 원을 보유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따려면 5240억 원 이상을 증자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가 증자 대신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선택해도 자기자본 3조 원을 넘기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바로 얻게 된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도 2020년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얻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유상증자와 증권사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1조667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을 2조3천억 원대로 늘릴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투자(자기자본 1조7912억 원), 대신증권(자기자본 1조7082억 원), 키움증권(자기자본 1조1403억 원) 등도 이런 이유로 하이투자증권 인수후보로 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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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
BNK금융지주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부산과 경상남도 지역에 영업점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세환 BNK금융 회장도 4월 한 인터뷰에서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인수를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가격이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의 장부가격은 8261억 원이다.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 인수와 유상증자에 전체 1조1천억 원을 투입한 점을 감안해 최소 매각가격으로 5천억 원대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은 규모가 어중간하고 특정 분야에 강점을 보유한 회사도 아니다”며 “옛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 인수전처럼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