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7-12 16: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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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최고가 미술품 기록을 세운 고 김환기 화백의 ‘우주’ 소유자가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의류제조업으로 자수성가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쌍용건설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는다.
▲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글로벌세아그룹은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 갤러리 ‘S2A’를 개관한다고 12일 밝혔다. 김 회장이 소장한 ‘우주’ 등 국내외 현대미술 대표 작품들이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는 국내 미술품 가운데 역대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값에 거래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11월23일 크리스티 홍콩경매에 출품돼 8800만 홍콩달러(약 132억5천만 원)에 낙찰됐다. 국내 작가 작품 가운데 100억 원 이상에 거래된 첫 사례였다.
이 작품은 1971년작으로 추상회화 거장인 김 화백의 전성기 시절 작품이다. 원제는 ‘05-Ⅳ-71 #200’으로 세로 25센티미터, 가로 127센티미터의 푸른색 전면 점화 두 점이 한 세트를 이뤄 2개의 동심원이 별무리를 이루는 형상이다. 김 화백의 뉴욕 주치의였던 김마태 박사가 구입해 김웅기 회장에게 낙찰될 때까지 소장했다.
이때껏 경매 낙찰자가 확인되지 않아 문화재급 작품이 외국으로 팔려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김 회장이 소유자로 드러나면서 그동안의 우려가 해소됐다.
글로벌세아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예전부터 (미술품 수집을) 좋아했다”며 “김 회장은 ‘우주’ 외에 국내외 현대미술 대표 작품도 여럿 소장하고 있어 S2A 개관 이후 지속적 작품 소개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2A가 국내외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소개해나가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1951년 충남 보은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전남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대 후반 소규모 주택 사업을 하다 1986년 의류제조회사인 세아상역을 창업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의류제조업계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도입했다. 해외생산기지 확보, 원사·원단·봉제 등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세아상역을 연 7억 벌의 생산능력을 가진 세계 최대 의류제조업체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이후 종합제지업체인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비롯해 STX중공업의 플랜트사업부문(현 세아STX엔테크) 등 인수합병으로 사업영역을 물류·포장업, 건설사업으로 확대했다.
김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세아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0조 원, 1조 원 규모로 만들어 국내 기업순위 50위권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비전2025’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5798억 원, 영업이익 2411억 원을 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쌍용건설 인수가 이뤄지면 그가 세운 비전2025의 절반 수준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현재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를 두바이투자청에 제출하고 인수작업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세아그룹 관계자는 “쌍용건설 인수가 수의 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수에 나선 다른 경쟁사는 없고 두 회사가 인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S2A가 글로벌세아가 펼쳐갈 문화예술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은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의(섬유·패션), 식(식음료), 주(건설·토목), 지식(IT·투자) 영역에서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분야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려고 한다”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펼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S2A는 13일 현대 미술의 세계적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기획전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김 화백의 ‘우주’도 조만간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