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못지않은 초대형 복합위기인 ‘퍼펙트스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국내 경제의 최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가계부채 관리를 제1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 및 고물가 추세는 민생경제, 특히 서민·소상공인·청년층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취약계층이 어려운 고비를 잘 극복해 갈 수 있도록 필요한 금융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지원 관련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됐던 금융당국의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9월 예정대로 끝나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현재 구체적 방안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을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고금리 대환대출 이외에도 3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40조 원 규모의 서민·청년 주거 안정 지원책 안심전환대출 등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행인 것은 정부가 채무 구조조정,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제도 등 여러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금융기관이 각 차주에 대한 부실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정부 정책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 취약계층에 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은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관련이 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06.6%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 빚의 규모가 실제 쓸 수 있는 소득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보다 8.6%포인트 상승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8년과 2019년 상승률인 3.2%포인트와 비교했을 때 증가폭은 크게 확대됐다.
특히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도 나날이 치솟고 있는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 나갈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문제는 한층 심각해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약 6조4천억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위는 과거 수차례의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며 “향후 상황 전개를 다각도로 예측하고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적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직과 민간을 아우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금융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8년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여신금융협회장을 역임했다.
6월 금융위원장 후보로 내정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 후반기 원구성 지연으로 김 위원장의 인사청문회가 계속해서 열리지 않자 이날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