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사모펀드 운영사 SJL파트너스와 함께 미국 체외진단업체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메리디안)를 인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조영식 의장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가진 연구개발 능력과 대량생산 노하우, 메리디안의 북미 영업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능력, SJL파트너스의 인적관리 노하우를 결합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현장진단시장에서 톱3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메리디안 인수는 조 의장이 그동안 추진했던 인수합병과 비교도 되지 않는 '초대형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SJL파트너스는 미국에 설립되는 법인에 공동 출자해 메리디안 지분을 각각 60%, 40%씩 나눠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인수 규모는 무려 2조 원에 이른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부담해야 하는 인수대금은 최소 1조 원이 넘는 셈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들어 이탈리아 진단기기 유통사 리랩(619억 원), 독일 유통사 베스트비온(161억 원)을 잇따라 사들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브라질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470억 원)를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이뤄진 인수합병과 달리 메리디안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보유한 현금을 거의 다 동원해야 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1600억 원가량 들고 있다.
조 의장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뒤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시장에서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짙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수혜에만 의존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19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 730억 원에 머무르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회사 매출이 1년 만에 조 단위로 뛰었다. 2021년 매출은 무려 2조9300억 원을 기록해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선두에 올랐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었을 때 매출 감소폭도 그만큼 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조 의장이 서둘러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체급을 다른 글로벌 진단기업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려놓으려 하는 이유다.
물론 무조건 덩치가 큰 기업을 사들인다고 해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속 성장을 보장할 수는 없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조 의장의 메리디안 인수에는 진단사업 상승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렸다.
먼저 메리디안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아직 장악하지 못한 북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에 자체 법인을 두고 있지만 미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2021년 매출 가운데 84%가량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나왔다. 반면 메리디안은 소화기 감염 진단플랫폼 분야에서 북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함께 견고한 현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메리디안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메리디안이 운영하는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공장을 활용하면 별도 투자 없이 세계 각지에 진단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조 의장은 “이번 메리디안 인수합병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인수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SJL파트너스와 함께 메리디안 주요 경영진과 협력해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