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한국과 대만에 정치적 및 외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우위 관계를 활용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전자나 TSMC가 미국 반도체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방식으로 공동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미국 내 생산투자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반도체 의존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 창업자인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미국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기고문에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쓰이는 반도체가 대부분 TSMC 대만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고사양 반도체 공급 물량의 92%가 대만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개입으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미국이 앞으로 첨단 산업에서 대만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약 67조 원) 규모 반도체 지원법안으로 TSMC와 삼성전자 등 기업의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을 지원하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만을 넘보려 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계속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슈미트 회장과 앨리슨 교수는 결국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지원법안 이외에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추가로 확보해야만 한다고 바라봤다.
우선 바이든 정부가 인텔과 같은 미국 반도체기업을 돕기 위해 공장 투자나 세제혜택 등에 관련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외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공장 유치에 더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미국의 반도체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및 대만과 외교적 우위 관계를 이용해 삼성전자와 TSMC에 미국 반도체기업과 기술을 공유하고 힘을 합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국과 대만이 모두 국방 및 안보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퀄컴 또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나 TSMC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두 국가의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충분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한국과 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더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생산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의 자체 반도체기술 확보 및 자급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검토해 제안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슈미트 회장과 앨리슨 교수는 “반도체 지원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는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들이는 금액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며 “미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