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니의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니가 자동차 부품사업의 한계를 넘고 직접 전기차사업에 진출하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협력사 기반을 다지고 배터리 등 부품 공급망 구축도 추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소니의 전기차 진출 전략은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에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도 자동차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보도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는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하는 전기차 합작법인 이름을 ‘소니혼다모빌리티’로 확정하고 연구개발 및 생산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이런 내용을 발표하며 혼다의 자동차 기술력과 생산 능력, 서비스 인프라 등을 소니의 센서와 통신, 네트워크와 콘텐츠 등의 장점과 결합해 시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와 혼다의 첫 전기차 합작 모델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된다. 이를 위해 충분한 협력사 기반을 갖추고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도 구축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자동차 분야에서 이미지센서와 통신모듈, 음향장치 등 부품 공급에 집중하던 소니가 직접 전기차 진출을 선언하고 수 개월만에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간 일은 자동차시장에 큰 변화를 보여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면서 IT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자동차용 이미지센서와 같은 핵심 부품에서 절대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과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경험을 살리면 충분히 전기차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 상위 기업인 혼다가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대만 TSMC도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소니와 자동차용 반도체 합작공장 설립을 결정하며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소니와 같은 기업이 직접 자동차사업에 진출해 기존 고객사와 경쟁하는 일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사를 부품 협력사로 두는 상황을 꺼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기존의 고객사 기반을 대거 놓치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자동차 부품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한국 전자업체들이 직접 자동차시장 진출에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는 이유도 고객사와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니는 자동차용 고성능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 고객사를 놓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소니는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2025년까지 세계 20대 자동차기업에서 쓰이는 이미지센서 물량의 75%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커넥티드카 시스템. |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에 맞춰 이전부터 꾸준히 자체 브랜드 자동차사업 도전 가능성이 거론돼 왔던 삼성전자의 상황도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니와 사업 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고 메모리반도체 등 부품 기술력과 폭넓은 계열사 및 협력사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사업에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주도한 뒤 전장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꾸준히 키우고 있으며 삼성SDI 등 계열사의 전기차 관련 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8일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BMW와 하만,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직접 자동차사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이런 예측을 일축하며 부품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대 경쟁사인 미국 애플에 이어 소니도 직접 전기차사업에 뛰어들며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밖에 없다.
경쟁 IT기업들이 미래 전기차산업을 주도해 나간다면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이 자동차 부품사업으로 성장 기회를 마련하는 데 한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자동차사업 육성이
이건희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숙원이었고 과거 삼성자동차의 실패로 아쉬운 결과를 내는 데 그쳤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재도전 가능성에 근거로 꼽힌다.
다만 삼성전자의 자동차사업 직접 진출이 실현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갖춰져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소니와 같이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고객사 이탈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생태계를 충분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 및 콘텐츠 플랫폼의 장점을,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출시하는 전기차에 차별화 요소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도 완성차기업과 직접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확보하려면 하드웨어 이외 분야에서 장점을 갖춰 소비자의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
애플과 소니 등 경쟁사가 전기차사업 진출 과정에서 겪을 어려움과 이들의 전략 및 성과가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애플과 소니의 자체 브랜드 전기차 성공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일렉트렉은 “소니의 전기차사업 진출 목표에 아직 큰 진전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첫 전기차 출시 시기도 2025년으로 아직 한참 남았지만 도전에는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