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룹활동 대신 멤버들의 개인활동을 본격화한다.
2023년 멤버들의 입대가 시작되는 점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로서는 BTS 멤버의 '입대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15일 BTS가 개인활동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하이브가 이들의 병역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멤버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하고 어떻게 실적을 키워나갈지 등이 하이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앞서 BTS는 유튜브채널 방탄TV에 14일 오후 9시 '찐 방탄회식'이라는 영상을 올려 그룹활동을 당분간 중단하고 개인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BTS는 10일 발매된 9주년 기념 앨범 프루프(Proof)를 기점으로 그룹 중심의 제1막(챕터1)을 마치고 개인 중심의 제2막(챕터2)를 시작하게 됐다.
BTS 멤버 가운데 가장 먼저 개인활동을 시작할 멤버는 제이홉이 거론된다.
제이홉은 8월3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음악 행사 롤라팔루자에서 주요 출연자(헤드라이너)로 나서는 일정이 잡혀 있다. 이 행사가 열리기 전에 먼저 개인 앨범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M, 지민, 뷔, 슈가, 정국 등 다른 멤버들도 이미 개인활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에 군에 입대해야 하는 멤버 진도 개인활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데뷔 이후 줄곧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던 BTS가 방향을 급하게 바꾼 이유는 병역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BTS 멤버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은 당장 내년에 입대해야 한다.
진 이외의 다른 멤버들도 차례대로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BTS는 개인활동에 나서는 이유로 병역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실제 RM은 "계속 뭔가를 찍어내야 하니 성장할 시간이 없다"며 "10년 동안 BTS로 스케쥴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다른 BTS의 멤버들도 이번 결정이 BTS로 오래 활동하기 위해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당장 군 입대라는 현실이 눈 앞에 다가온 만큼 고심 끝에 '개인의 성장'이란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BTS를 품고 있는 하이브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빅히트뮤직이라는 소속사를 통해 BTS,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아티스트를 관리한다.
BTS가 속한 빅히트뮤직의 2022년 1분기 매출은 1099억 원으로 하이브의 매출의 38.6%를 담당하고 있다. 그룹 정체성을 강조해왔던 BTS가 개인활동으로 전환하면 이러한 절대적 매출 비중에 일부 타격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잠정중단이라는 표현은 군 입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식적 발표가 있기까지 실적 추정 및 목표주가의 추가 변동은 없을 것이나 주가는 2023년 BTS의 실적 공백을 감안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KB증권이 예상한 하이브의 2022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3160억 원이지만 단체활동 잠정중단 및 월드투어 관련 불확실성으로 영업이익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하이브가 앞으로 멤버들의 입대에 따른 BTS 실적 공백을 어떻게 방어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BTS 멤버들의 개인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매출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우선 하이브가 BTS 멤버들이 그동안 비정규 무료음반으로 내놓은 개인활동 곡을 국내 음원 사이트에 등록해 수익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멤버들이 개인으로 활동한 곡들은 모두 비정규 무료음반으로 발매돼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듣지 못했다.
멤버들의 입대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멤버들이 2~3명씩 일괄 입대하는 방식을 추진한다면 앞으로 5년 안에는 BTS 완전체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멤버의 3분의 1가량이 한 번에 빠지는 만큼 실적 타격 가능성도 높아 하이브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멤버들이 1명씩 차례대로 입대하고 전역하는 방식을 유도해 각 멤버들의 공백을 줄이는 방식으로 병역을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체 멤버 가운데 극히 일부가 빠지는 만큼 하이브로서는 실적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최소 인원이 차례로 입대하게 되면 BTS가 2030년이 돼서야 완전체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BTS 팬클럽인 아미는 BTS의 개인활동 결정을 놓고 '기다리겠다', '응원하겠다' 등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에는 국내외 아미들이 '#방탄의_수고는_아미가_알아' 등 이번 결정을 응원하는 의미의 해시태그를 단 글이,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는 BTS의 개인활동을 응원하고 그룹활동을 기다리겠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24.87% 떨어진 14만5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동안 증발한 하이브 시가총액만 2조 원가량이다.
BTS 멤버들의 그룹활동 중단에 따른 매출 공백 등 우려가 주가 하락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