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PC업체에서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 IBM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시장에 변화를 예고했다.
IBM이 공개한 메모리반도체는 국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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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에 이어 IBM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경쟁에 가세하며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대응전략이 주목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5일 "IBM이 차세대 메모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반도체산업을 완전히 바꿔낼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위기를 겪고 있는 D램업체들에 또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BM이 공개한 반도체는 현재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보다 내구성이 강한데다 용량이 높고 속도가 빠르며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제품이다.
향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기술이 본격화되면 이런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는 필수적인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기존의 하드디스크가 낸드플래시로 빠르게 대체되는 것처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도 기존의 낸드플래시와 D램 시장을 빼앗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D램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용량이 적어 자료를 저장할 수 없는 휘발성 메모리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정보를 기록할 수 있지만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저장장치로 사용된다.
하지만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속도가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1천 배 이상 빨라 D램마저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과 미국 마이크론은 '3D크로스포인트'로 불리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협력해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이 제품의 대량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IBM이 공개한 반도체는 인텔이 공개한 제품과 기술적 차이가 있지만 성능과 적용분야가 유사해 향후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반도체소자를 입체적으로 쌓아 용량을 늘리는 3D낸드 기술로 꾸준히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D램은 기술 특성상 발전 가능성이 적어 차세대 반도체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D램시장에서 73.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반도체 매출의 대부분을 D램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D램시장에 공격적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다 세계 대형 업체들이 D램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며 향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포브스는 "330억 달러 규모의 세계 D램시장이 업체들의 기술발전에 한계를 맞으며 큰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가 강력한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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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M이 공개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M램 기술로 향후 시장변화에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M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011년 일본 도시바와 M램 기술개발 협력을 맺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M램의 양산 시점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메모리반도체의 빠른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IBM은 세계 PC시장에서 한때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2005년 PC사업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뒤 클라우드서버와 소프트웨어 등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 1분기까지 4년 연속으로 분기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진이 깊어지자 대규모 인원감축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이어오며 강도높은 체질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브스는 "IBM의 역량이 불충분한 만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라이센스 방식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인텔의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와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