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은 이런 '선구자 전략'으로 편의점 CU를 국내 1위 편의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홍 회장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국내 편의점업계가 출점 수 제한 등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 상황에 봉착하면서 홍 회장의 다음 전략에 눈길이 모인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브랜드 CU 론칭 10주년을 맞는 BGF리테일은 그동안 편의점 최초로 불리는 사업과 전략을 실행에 옮기며 성장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BGF리테일이 과거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최초'라는 수식어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CU의 물류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약 1500억 원을 들여 만든 충북 진천의 중앙물류센터 옥상에 2020년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소규모 점포나 물류센터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편의점은 몇 곳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에 나선 것은 BGF리테일이 처음이다.
홍 회장은 BGF리테일의 태양광 발전소 준공으로 편의점업계 최초로 '전기를 파는 편의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CU가 2021년 4월 상품 배송 차량에 전기차를 도입한 것도 편의점업계 최초였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친환경 물류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행보였다.
홍 회장은 해외 진출에서도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BGF리테일이 2017년 11월 이란에 편의점 CU 1호점을 낸 것도 국내 편의점기업의 해외 진출 첫 사례다.
CU는 말레이시아에도 국내 편의점 최초로 진출했다.
이처럼 홍 회장이 CU로 많은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것은 GS리테일과 세븐일레븐 등 여러 경쟁자가 시장에 포진해있다 보니 성장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부지런히 발굴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들을 살펴보면 홍 회장이 앞으로도 BGF리테일의 미래를 위해 다른 경쟁자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중심에는 우선 해외사업이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BGF리테일은 현재 편의점 CU를 몽골에서 2022년까지 300개점 이상, 말레이시아에서는 2025년까지 500개점 이상 개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현재 몽골에서는 약 190여 개점, 말레이시아에서는 80여 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
이 밖에도 홍 회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나 미국시장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은 해외 단독 진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유통기업과 협업하는 방안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2018년 몽골에 진출할 때도 현지 유통기업인 센트럴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가맹사업자 대신 현지 파트너 사업자가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맺었다.
홍 회장은 해외사업을 확장하면서 CU를 단순한 상품 판매의 공간이 아닌 편의 서비스 제공 공간으로 각인시키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BGF리테일이 몽골에서 현지 1위 편의점기업으로 올라선 데도 차별화한 서비스가 원동력이 됐다. BGF리테일은 몽골 CU에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편의점을 단순하게 물건만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편의 서비스 제공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한류 문화 확산과 함께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현지 식성을 고려해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매운맛 음식을 도입하는 등 한국 상품 비중을 높이고 넓은 시식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다만 국내사업에서는 BGF리테일만의 색다른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경쟁사인 GS리테일과 편의점 점포 수 1, 2위를 다투고 있다. CU는 2021년 기준 점포 수 1만5855개로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GS25와 불과 400여 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편의점 근접 출점이 제한돼 사실상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점포 수 경쟁을 통한 사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점포 수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달리 이용률이나 소비자 선호도 측면에서는 GS25에 밀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업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4월15~18일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GS25(53.8%)로 나타났다. CU는 36.4%로 2위였다. 10대 연령층에서는 두 편의점이 비슷한 이용률을 보였지만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GS25가 10%포인트 넘게 CU를 앞섰다.
편의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인지도와 설치율에서도 CU는 GS25에 밀렸다. GS25 앱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 비율은 70.5%, 앱 설치율은 33.7%였으나 CU는 인지도 66%, 앱 설치율 28.7%로 조사됐다.
점포 수 1위인 CU가 소비자 인식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조사 결과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홍 회장이 앞으로 CU의 이용률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GS25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GS리테일은 편의점사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퀵커머스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BGF리테일은 새 사업 진출에 눈에 띌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BGF리테일은 6월 편의점 CU 브랜드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CU는 1990년 보광그룹이 일본 훼미리마트 본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보광훼미리마트라는 법인으로 출발한 것이 시초다. 같은 해 10월 가락시영아파트 상가에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점포 수 6천 개점을 달성했으며 2012년 6월에는 독자 브랜드 CU로 새출발을 했다. CU는 2012년 8월 훼미리마트와 라이센스 계약을 해지했다.
홍 회장은 당시 독자 브랜드 운영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시 CU 점포 수는 약 7300곳, 매출은 2조6천억 원이었다.
CU는 당시 BGF 소속이었으나 2017년 11월 BGF가 편의점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을 인적분할하면서 BGF리테일 소속으로 옮겨졌다. BGF리테일은 독립법인 출범 이듬해인 2018년 매출 5조7700억 원에서 2019년 5조9천억 원, 2020년 6조1800억 원, 2021년 6조7800억 원 등으로 지속 성장해왔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와 미국시장 등에 진출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100억 원을 투자해 디지털 분야 강화도 추진하는 등 온·오프라인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