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0.5%포인트 금리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국내 물가의 상승흐름이 이어진다면 이 총재가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시행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당장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를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총재는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의 말 한마디에 3년물 국고채는 장중 한때 3%대로 뛰어 올랐고 외환시장에서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체로 업계에서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가 아닌 0.25%포인트 수준에서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와 격차가 0.5%포인트가량 나고 있어 0.25%포인트만 인상해도 될 만큼 아직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크게 올릴 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여론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3천억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물가 통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다 펼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이 총재가 언젠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총재도 빅스텝 실현 가능성을 두고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어떻게 변화할지,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좀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물가가 하반기에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이때 이 총재가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바라본다.
임 연구원은 “올해 추석이 9월 9~12일로 다소 빠른 점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며 “일반적으로 추석이 빠를 때 수확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올해 여름까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될 때마다 매번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