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현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증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생산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기업과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가 수혜를 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CNBC 등 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현지시각으로 2일 미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및 협력사에 31억6천만 달러(약 4조 원) 규모 투자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원 방안은 지난해부터 추진되어 오던 미국 내 인프라 지원법안 아래 포함되며 신규 공장 건설뿐 아니라 기존 배터리공장을 증설하거나 효율화하는 시설 투자도 지원 대상이다.
공장에서 원재료를 가공해 배터리로 생산하는 물량에 맞춰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기차로 구성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전기차 및 배터리산업에 다방면으로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지원금을 시작으로 세제혜택 등 전기차 배터리산업을 향한 여러 지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배터리 공급망을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지원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배터리 투자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한국 배터리업체가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가 미국 완성차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배터리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충분히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애리조나와 미시간주 등에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연말까지 추가 투자 계획도 확정해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테네시주, 켄터키주 등에 배터리공장을 신설한다.
삼성SDI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대신 합작법인 형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신설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른 시일에 관련된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프로토콜 등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생산 지원금은 합작법인이 아닌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설립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직 구체적 지원 방안을 확정해 내놓지 않은 만큼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국 미국에 대규모 시설 투자금을 들이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가 지원 대상에 제외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완전한 배터리 자급체제 확보를 궁극적 목표로 두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3사와 같은 해외 기업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생산 시설도 확대해야 해외 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자급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에 완전히 소외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 대신 각 주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공장을 신설할 때 충분한 지원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공장 유치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 확대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이어져 현지 배터리공장 설립에 따른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배터리3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들이는 미국 완성차기업들의 전기차 판매 확대가 결국 배터리 공급 물량 증가로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을 시행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주요 배터리 소재가 되는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