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5-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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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제철이 올해 철강업황 호조로 지난해에 이어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좋은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1일 현대제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설비 투자와 자원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탄소배출 절감과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주력 공장인 충남 당진제철소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인근 부지내 4만1434m2 면적에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 4분기에 코크스 건식소화설비 착공에 들어간다. 총 3500억원을 투입해 2024년 4분기까지 10만8천kw(키로와트) 규모에 달하는 3기의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를 순차적으로 완공하게 된다.
제철 공정에서 환원제로 사용되는 코크스는 원료석탄을 고온에 장시간 구워 생산하는데 오븐에서 압출된 고온의 적열코크스는 소화공정을 거쳐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
소화공정 과정에서 물을 살수하는 기존 습식소화방식은 열을 회수할 수 없고 분진도 다량 발생하게 된다.
이와 달리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는 적열코크스에서 회수된 열원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분진도 90% 이상 저감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를 통해 연간 50만 톤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코크스 건식소화설비 도입에 들어간 3500억 원 규모의 투자비용은 5~6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안 사장은 우분 및 폐자원 재활용 확대를 통한 탄소배출 낮추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가축분뇨인 우분을 활용한 고체연료를 대탕도(쇳물 배출용 통로) 내화물의 건조용 열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우분 고체연료를 고로 연료로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우분 고체연료 1톤을 사용하면 4톤의 축산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어 1.5톤 규모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석회석을 대신해 패각(굴이나 조개 등의 껍데기)을 소결공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제철은 패각과 석회부산물을 혼합해 생석회를 제조하는 기술개발도 완료했다. 이 생석회는 제강공장에서 불순물을 제어하는 부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버려지던 패각 약 92만 톤을 제철공정에 활용하면 약 41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 사장은 올해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호기를 맞았다. 철강 업황이 좋아 이익체력을 단단하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8조2134억 원, 영업이익 2조6152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23.5%, 영업이익은 6.85% 증가하는 것이다.
안 사장은 2019년 3월 포스코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오른 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생산체제 최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이 철강 업황이 개선과 맞물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외에서 탄소배출과 관련해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안 사장은 탄탄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탄소절감 투자에 적극 나서며 본격적으로 펼쳐질 탄소중립 시대에 사업경쟁력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저탄소 원료 적용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저탄소 생산체계를 구축해 시대적 소명에 충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3월25일부터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삼고 중장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보다 40% 감축하는 것을 뼈대로한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감축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탄소배출권 확보 및 탄소절감 등의 비용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탄소 조정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탄소배출 절감이 늦어진다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2026년부터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법안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EU의회는 탄소 배출 범위를 확장하고 도입시기를 2025년으로 1년 앞당기는 등 강화된 수정안을 공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안 사장으로서는 3,4년 뒤 가까운 미래의 사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탄소절감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을 축적하는 데 나서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친환경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코크스 건식소화설비 투자를 결정했다”며 “탄소배출 저감과 제철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