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가상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과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이더리움 활용을 장려하는 쪽으로 가상화폐 정책을 변경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 등에 사용되는 전력 에너지 소모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이더리움은 전력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새 거래방식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차별화된 규제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더 강력한 환경규제를 적용하는 반면 전력을 훨씬 적게 쓰는 이더리움은 보호하는 정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포브스는 “비트코인은 가장 인지도가 높고 널리 거래되는 가상화폐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환경운동가들과 여러 국가의 환경당국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전력 소모량에 차이가 큰 이유는 기술 구현방식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채굴과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유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수많은 컴퓨터 연산을 진행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반면 이더리움이 올해 안에 새로 도입하는 신기술은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검증하는 주체가 중앙은행과 같은 기능을 해 거래 유효성을 확인한 뒤 해당 내용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한다.
가상화폐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탈중앙화를 포기하는 셈이지만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검증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채굴과 거래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금융 분야 규제당국은 환경적 악영향을 이유로 실시간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대신 환경적 악영향이 훨씬 덜한 이더리움에 활발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비트코인도 이더리움과 같이 실시간 검증 방식을 포기하도록 명령해 채굴과 거래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계획도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캠브리지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에 1년 동안 사용되는 전력량은 139Twh(테라와트시) 규모로 핀란드의 연간 전기 사용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은 해당 문건에서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항상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과 투자 리스크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내놓았다.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이른 시일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연합 등 주요 규제당국에서 비트코인에 규제를 강화하고 이더리움 투자 및 활용을 장려한다면 자연히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지고 이더리움 시세는 상승하는 시장 흐름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다만 다수의 유럽연합 내부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강한 규제가 결국 비트코인 거래와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행위로 읽힐 수 있다며 규제 강화의 여파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