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건의 불똥이 롯데건설로 튀었다.
롯데건설이 부산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으로 따낸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7일 도시정비사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금사재정비촉진A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16일 시공사 해지를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한다.
서금사재정비촉진A구역 재개발은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322-4 일대에 지하 4층~지상 49층 13개 동 2672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2018년 수주해 2022년 하반기 착공하기로 예정된 곳이다.
그러나 조합 측에서 시공사 지위를 해지하는 안건을 총회에 상정하기로 한 만큼 롯데건설의 사업 추진은 상당 기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은 컨소시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 해지에 그치지 않고 컨소시엄과 맺은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시공사 선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돼 롯데건설로서는 사업 기회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과정을 새로 시작하게 되면 사업 일정이 많이 밀리는 점을 들어 조합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최근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서울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의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건설로서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국토부와 서울시의 행정처분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에서 배제한 사례는 지난 3월 광명11구역에서 처음 나왔다.
광명11구역 재개발사업은 당초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동으로 시공하기로 했으나 조합과 시공사간 협의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에서 배제하고 아이파크 브랜드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 시민공원촉진3구역 재개발조합도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놓고 오는 5월 총회를 개최한다.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의 여파는 부산 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건설은 대전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인 도마·변동4구역(3296세대) 수주를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이 사업의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내비친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앞서 3월24일 조합에서 낸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문을 살펴보면 컨소시엄을 2개사로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수주전 양상을 예측하기가 다소 어려워졌지만 롯데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룰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서금사재정비촉진A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