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쌍방울그룹에 이어 소방차 생산업체 이엔플러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차원의 중요한 기업회생절차가 이른바 ‘테마주 재료’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이 나온다.
쌍용차 회생을 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아니라 완주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기업들의 인수전 참여가 이어지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 상승 재료로만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쌍용차로서는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에 이어 이엔플러스까지 특장차사업 업체들이 잇달아 쌍용차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이날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다른 업체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엔플러스는 소방차를 중심으로 특장차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특장차는 특수한 장비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를 갖춘 자동차로 대표적으로 소방차, 차량운반차, 제설차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쌍방울그룹 계열사 가운데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을 주도할 것으로 전해진 광림도 같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미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구두로 인수 의향을 밝혔고 이번주 안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쌍방울그룹의 광림이나 이엔플러스 모두 쌍용차를 인수하면 특장차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특장차가 상용차를 개조해 만들지만 쌍용차는 상용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시너지를 내기에는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쌍방울그룹과 이엔플러스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에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 지와 관련해서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많다.
광림과 쌍방울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는 인수 참여 소식이 전해졌던 1일부터 2거래일째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이엔플러스도 이날 장 중 한때 598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각에서 이들이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이유다.
쌍용차 인수 후보군들의 문제로 특히 자금력이 꼽힌다.
현재 쌍용차의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인수대금으로 적어도 5천억 원 이상을 써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거래 채권단이 변제율을 50% 이상 요구하면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5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전동화 전환을 위한 막대한 규모의 투자도 이어져야 하는 만큼 자동차업계에서는 최소한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쌍용차를 인수한 뒤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뿐 아니라 이엔플러스의 자금력도 이런 눈높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엔플러스와 쌍방울 모두 현재 컨소시엄을 꾸리겠다고 밝히고 있어 전체 인수자금을 홀로 감당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의 자금동원력이 쌍용차 인수에 충분한 지는 물음표다.
이엔플러스가 2021년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엔플러스의 2021년 12월 말 기준 유동자산 규모는 486억9847만 원이다. 여기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7억9천만 원 수준에 그친다.
매출 규모도 2021년 연결기준으로 553억 원인 데다 지난해 영업손실 19억 원을 봤다. 2017년부터 5년째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보단 사정이 조금 낫지만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쌍방울그룹의 상장사 6곳(쌍방울·광림·비비안·인피니티엔티·나노스·아이오케이)의 2021년 합산매출은 5837억 원이다. 합산 영업이익은 16억 원에 그친다. 광림과 비비안 인피니티엔티 등 3곳 계열사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쌍방울과 나노스, 아이오케이는 영업손실을 봤다.
더구나 자산 규모도 인수 주체로 거론된 광림의 경우 2021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으로 733억 원에 그친다. 주요 계열사인 쌍방울(86억 원)과 비비안(79억 원), 아이오케이(307억 원) 등까지 합쳐 따져봐도 1205억 원 수준이다.
쌍용차가 지난해 매출 2조4293억 원, 영업손실 2612억 원을 본 것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나섰을 때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와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쌍용차로서는 새주인을 찾을 시간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10월15일까지 새 주인을 찾아 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 및 인가를 받는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 이 시한을 넘긴다면 회생계획을 먼저 인가받은 이후 M&A를 추진해야 한다. 뼈를 깎는 인력감축을 피하기 어렵고 자칫 사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예 회사가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금력 있는 인수자가 나와야 실질적으로 쌍용차 기업회생을 이끌 수 있다”며 “현재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앞선 에디슨모터스보다 자금력이 나은 상황이지만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