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영국에서 날아왔다. 영국 이동통신 2위와 3위 사업자간 합병계획이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에 이번 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인수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SK텔레콤 입장에서 더욱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2일 홍콩기업 CK허치슨이 신청한 영국 이동통신기업 ‘O2’와 ‘쓰리(Three)'의 합병승인안을 최종 거부했다.

O2와 쓰리는 영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2위와 3위 사업자다. EU집행위원회는 최종심사에 앞서 영국의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합병반대 의견을 집행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경쟁담담 집행위원은 “(합병할 경우)통신요금이 상승하고 소비자의 통신사 선택권이 제한된다”며 “만약 합병을 승인하면 영국 이동통신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지니는 시장리더만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합병승인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EU집행위원회와 오프콤은 현재 4개인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가 3개로 줄어드는 데 따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CJ헬로비전 인수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 같은 소식이 반가울 리가 없다.

특히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심사에 해외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기로 해 SK텔레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간 결합이 지금까지 불허된 적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SK텔레콤에게 모두 불리한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영국의 사례처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도 부결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O2와 쓰리처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도 이동통신과 유료방송을 아우르는 동종사업자간 인수합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유럽에서 사업자 감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논리가 한국에도 적용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경우 전국권역 유료방송 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든다”며 “인수를 허용하면 독과점 현상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KT관계자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품게 될 경우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이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등으로 전이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설명자료를 내고 LG유플러스와 KT의 주장을 반박했다.

SK텔레콤은 "O2와 쓰리가 동종사업(이동통신)자라는 점이 합병불발의 가장 큰 이유"라며 "서로 다른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불허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동종사업자라 하더라도 인수합병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판단된 경우 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5월6일 유료방송 동종기업인 Charter와 TWC의 합병계획이 허가를 받았다”며 “이는 강력한 2위 사업자 탄생으로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를 견제해 유료방송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미국 당국이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도르밴드와 합병하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할 수 있는 2위 사업자가 된다”며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이 가능한 의미 있는 2위 사업자가 등장하면 경쟁이 활성화 돼 그 혜택을 소비자가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