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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및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 기업 처벌 및 불매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LG생활건강 등 경쟁회사들이 옥시 레킷벤키저(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여파로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뿐 아니라 제습제와 세제 등 제품들도 온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소비시장에서 불매운동에 따른 경쟁업계 판도변화가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안을 가리키는 이른바 ‘화학포비아’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생활용품을 대체할 천연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오히려 기존 생활용품 시장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LG생활건강, 옥시 사태의 최대수혜자 될까
신한금융투자는 12일 ‘옥시크린’ ‘물먹는 하마’ 등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생활용품시장에서 최대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옥시 제품은 ‘GS25’ ‘CU’ 등 편의점은 물론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대형마트 등까지 불매운동에 동참하면서 매장 진열대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분위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옥시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은 LG생활건강”이라며 “세제와 청소용품,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 옥시와 경합도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부문에서 매출의 23.5%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문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옥시의 세제제품 ‘파워크린’ ‘옥시크린’을 LG생활건강의 ‘테크’ ‘슈퍼타이’ 등이 일부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4월18일부터 5월1일까지 옥시의 주력 세제제품인 파워크린과 옥시크린의 매출은 각각 49%, 25% 줄었는데 경쟁제품인 LG생활건강의 테크와 슈퍼타이는 10%, 41% 늘었다.
특히 제습제 판매가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옥시의 물먹는 하마를 대체할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물먹는 하마는 제습제 시장에서 점유율 과반을 차지해 왔다.
LG생활건강은 제습제 공급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LG생활건강은 제습제로 ‘습기좀 부탁해’와 ‘물먹는 봉다리’를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 유통업체에서 발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제습제 시장은 워낙 옥시의 ‘하마’ 라인이 꽉 잡고 있었던 데다 계절성 제품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제습제의 올해 생산량을 결정할 때 보통 지난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데 발주량이 예상치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제습제를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생산하고 있어 발주를 넣고 생산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 외에도 유한양행, 동국제약, 보령제약, 조아제약 등이 옥시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은 옥시의 청소용품 ‘옥시크린’과 위역류치료제 ‘개비스콘’의 대체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청소용품 ‘유한락스’를 생산하는 유한크로락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약과 보령제약, 조아제약은 위역류치료제인 ‘위스콘 더블액션’ ‘갤포스’ ‘알지스콘 과립’을 생산한다.
◆ 불매운동에 경쟁사가 반사이익 본 사례는?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 사회는 2010년 이후 네 번의 굵직한 불매운동을 경험했다”며 “불매운동은 경쟁사에 대한 실적개선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11년 ‘피죤’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이윤재 피죤 회장의 갑질논란으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장은 2011년 회사 직원을 청부 폭행해 10개월 동안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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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섬유유연제 피죤은 2010년 시장점유율이 48.3%에 이르렀는데 불매운동 두 달만에 27.0%로 하락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은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점유율 43.7%를 차지한 뒤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2013년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녹취록이 공개되고 ‘물량 밀어내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독한 불매운동을 겪었다. 이 여파로 남양유업은 2013년 2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1.3%, 영업이익이 69.5% 급감했다.
경쟁사 매일유업은 2013년 2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0.6%, 영업이익이 41.8% 증가하는 수혜를 입었다. 매일유업의 우유와 분유 시장점유율은 한 분기 만에 각각 1.8%와 3.1%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2013년 초 독도분쟁으로 일본 소비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 자영업자 주도로 벌어기도 했다”며 “지난해에는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으로 롯데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매운동이 항상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옥시 불매운동은 사상 최대 규모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 ‘화학포비아’ 등장, 전체 시장규모 줄어들 수도
하지만 옥시 제품에 대한 불신이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 전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경우 관련 제품의 전체 시장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4월18일부터 5월3일까지 표백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하락했다. 국내 표백제시장은 옥시제품이 8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탈취제와 섬유유연제, 방향제 등도 같은 기간 전체 품목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4월25일부터 5월3일까지 옥시가 점유율 과반을 차지했던 제습제 품목의 전체 매출이 한 달 만에 40% 가량 떨어졌다.
손 세정제의 경우 옥시 제품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제품도 매출이 함께 줄었다. 옥시의 ‘데톨’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매출이 21% 줄었는데 이 기간 LG생활건강의 ‘아이깨끗해’도 매출이 13% 감소했다.
화학제품에 대한 반감이 천연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같은 천연화합물을 사용한 청소법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표백제 옥시크린을 대체하기 위해 과탄산나트륨에 베이킹소다를 함께 섞어 사용할 수 있다.
G마켓에 따르면 4월18일부터 5월6일까지 천연제품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천연공기청정기 통숯과 제습능력이 뛰어난 염화칼슘 매출이 각각 36%, 43%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검찰조사가 다른 제조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누릴지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