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국토교통부의 부실시공 조사결과 발표에도 도시정비시장에서 신규 수주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가 불량 콘크리트 사용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업계 퇴출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15일 국토교통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로 사고 원인에 관한 내용이 확정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 검토를 이달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고조사위원회 측에 가능한 빨리 최종 보고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며 “보고서가 나오면 사고조사위원회 소속 변호사와 위반사항 등을 확인해 법에서 규정하는 가장 강한 처벌을 검토해 서울시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낸 점을 강조하며 건설업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국토부 조사결과 발표 뒤 HDC현대산업개발이 동아건설산업 이후 25년 만에 건설업 등록말소 사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동아건설산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1997년 건설업종 면허 가운데 철근재설치업 면허가 취소됐다.
HDC현대산업개발 등록관청으로 실제 행정처분을 내릴 권한을 지닌 서울시 역시 국토부의 처분 요청이 오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건설안전관리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처분 요청이 오면 관련 위반사항에 따른 전문가를 추천받아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행정절차법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청문절차 등의 과정을 포함해 최종 처분까지 늦어도 6개월 안에 마무리할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장기간의 영업정지 등의 위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가 신속한 행정처분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실제 처분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아직 하도급업체 등과 관련된 내용들을 비롯해 경찰 조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할 부분들이 많다. 무엇보다 최종 처분을 위한 행정절차 과정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과 유사한 과거 사례들에서 행정처분이 내려지기까지는 길게는 30개월, 평균적으로는 20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행정처분권자인 관청은 사건을 직접 조사할 권한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검찰 기소나 형사 1심 판결 등이 나오면 이에 바탕해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역시 처분권자인 서울시는 사고가 일어난 지역 관청도 아니고 조사권한도 없다.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수는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연이어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켰다고 해서 서울시가 행정처분에 재량을 발휘할 수도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행정처분 전에 수주한 공사는 처분을 받은 뒤에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당장은 일감 확보에 더욱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HDC현대산업개발의 파격 조건들이 통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관양현대나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 사례를 볼 때 조합의 당사자들은 눈앞의 여러 이익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수주전에서 부실시공 이미지로 낙인찍힌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고 조합원들 손에 단지명에 관한 선택을 맡기고 있다.
안전관리부분에서도 하자보수 기간을 30년으로 연장하고,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단계 과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관양현대와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 모두 조합원들은 각각 롯데건설이나 코오롱글로벌 등 다른 선택지가 있었는데도 HDC현대산업개발에 표를 던졌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무려 조합원 92%의 찬성표를 받았다.
국토부 보고서의 내용을 고려하면 시장의 반응도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국토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한 14일 11.11% 급락했지만 15일에는 1.22% 내리는 데 그쳤다.
다만 국토부 조사결과 발표로 심각한 부실시공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아이파크 퇴출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어 향후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업정지 처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사업 영속성을 두고 불안한 시선도 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