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지난 13일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영향으로 채무불이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이 14일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겠다는 내용의 금융제재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6400억 달러에 이르는 러시아의 외환 보유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 엘바다 원전 건설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엘다바 원전은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했지만 사업자금을 러시아 정부로부터 빌려 진행하고 원전을 가동해 얻은 수익으로 갚는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35조 원을 투입해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개를 짓는 이 사업은 러시아 국영원전회사 로사톰의 자회사 JSC ASE가 2017년 수주해 진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JSC ASE는 2월까지 주요 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마치고 4월 말까지 계약을 맺기로 했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집트 엘바다 원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었다”며 “다만 입찰이 무기한 연장 될 수 있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에게 아쉬운 상황이다”고 바라봤다.
윤영준 사장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 5조6천억 원을 제시하며 해외 수주 1위를 노리고 있다. 건설사 가운데 목표액이 가장 높다.
하지만 목표수치의 18%가량을 차지하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윤 사장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플랜트 발주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가 상승에 따라 중동 국가들의 재정여력이 충분해 지면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두바이 유가는 2020년 기준 평균 배럴당 42달러를 보이다 2021년 평균 69.5달러로 뛰었다. 이에 따라 중동 및 아프리카(MENA) 지역의 플랜트 계약규모는 909억8천만 달러(109조 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21.7% 증가했다.
두바이 유가는 2022년 3월 둘째주 현재까지 평균 92.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윤 사장은 중동 플랜트 사업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이외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도 벌이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 대표단은 지난 2월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를 만나 인프라 사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장 길이의 노르웨이 해저터널 프로젝트에 관한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르웨이 남서부 로갈란주 인근에 9km, 2차선 도로의 해저터널을 뚫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2조7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올해 스페인걸설사 OHL과 컨소시엄을 이뤄 사전자격심사(PQ)를 제출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대만 해상풍력, 카타르 암모니아 프로젝트 등의 수주에도 도전한다.
현대건설의 2022년 주요 중동 수주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카타르 노스필드 패키지4와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 유전개발 패키지1(30억 달러)·패키지2(12억5천 달러),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30억 달러), 필리핀 남북철도(20억 달러), 이집트 엘바다 원전(1조 원) 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 프로젝트는 지난해 입찰을 참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타르 석유화학·가스플랜트 프로젝트에는 이미 입찰을 참여한 패키지도 있고 추가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사업에서도 내실있는 수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동지역과 중남미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최고 건설사로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